환율이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1,290원 위로를 지키고 있다. 주말을 맞아 추가상승이나 하락에 대한 부담감도 강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전장의 급등세가 꺾인 가운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오후 3시 38분 현재 전날보다 9.20원 오른 1,291.50원을 가리키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후 1,294원대로 환율이 올라서자 "엔화약세에 따른 원화의 동반절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다. 이 환율대는 지난 98년 11월 하순 이후 2년 4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국은 엔화약세로 인한 원화약세가 수출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물가''에 대한 고려나 일본경제와 우리경제의 차별성을 들어 현재의 ''환율상승''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당국 발언보다 달러/엔 환율이 조정장세에 들어선 것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달러/엔은 차익매물 출현으로 122.30∼122.40엔대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당국발언이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을 막고는 있으나 시장심리나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전 고점을 넘어선 환율이 1,290원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상태에서 큰 폭의 추가하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도 달러팔자에 나섰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국내 시장은 이미 역외쪽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라며 "은행권 거래로 환율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체수급이나 역외의 강한 매매가 없으면 2∼3원의 좁은 범위에서만 움직이다 마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도 ''의례적인 발언''으로 해석하면서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구두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다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난번 1,290원대에서 급격히 꺾이며 내려간 기억으로 인해 추격매수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 들어 환율은 전날보다 11.50원 높은 1,293.80원에 거래를 재개, 달러/엔 환율이 122.30∼122.40엔대로 반락하자 소폭 내림세를 보이며 횡보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