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천2백70원을 넘어섰다.

10여일만에 40원 가까이 올랐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환율급등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증시상황이나 엔화 약세 등 대외요인이 호전되지 않는 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천3백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환율 상승 배경 =국내적인 요인보다는 나스닥 폭락과 엔화 약세라는 대외적인 악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나스닥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기운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위험을 회피하고 환차익을 거두기 위해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꾸준히 달러화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엔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원화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당 1백15엔대에서 움직이던 엔화 환율은 지난주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백19.26엔대 중반까지 뛰었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 당국이 원화가치 하락을 용인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원화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환율상승 추세가 장기화될지 여부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은행의 이창영 과장은 "엔.달러 환율이 1백23엔 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환율도 달러당 최고 1천3백20원까지 상승해 이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외국 은행의 한 딜러도 "외국 기관들은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비해 원화가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변수가 호전되지 않는 한 지난해 말과 같이 원화환율이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 달러화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환율이 잠시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흥은행의 한 딜러는 "현재 환율수준은 외부 악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달러화 수급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1천2백20∼1천2백80원 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박사도 "1월 무역수지가 7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다 이달중 현대투자신탁증권 SK텔레콤 등에 해외 직접투자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환율이 추가 상승할 여지는 많지 않다"며 "엔화가 안정세를 되찾을 경우 하반기중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1백원 대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