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안좋다."

다음주 달러원 환율을 놓고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 말로 전망을 대변했다.

환율이 국내사정보다 외부변수에 휘둘리고 있으며 달러엔, 미 나스닥 등 외부변수가 향후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 환율은 연중 최고점인 지난 1월 3일의 1,293원까지 바라보는 장이 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같은 심리적인 압박감이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달러화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주 거래범위는 1,260∼1,290원으로 전망됐다.

◆달러엔 120엔 돌파여부가 최대관건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1230∼1255원사이 레인지 거래를 벗어나 올초 실패했던 1,300원 고지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는 달러엔 환율의 120엔 고지 점령을 전제로 한다.

3일 뉴욕시장에서 달러엔은 전날 닛케이225지수가 15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자 119.30엔까지 급등한뒤 119.05엔에 마감, 다음주 120엔을 코앞에 두고 있다.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피치IBCA가 일본 국가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엔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120엔이 뚫리면 올 최고점인 1,293원도 장담 못한다"면서 "달러엔 상승추세가 워낙 만만치 않아 심리적인 영향으로 가수요까지 붙을 가능성이 있어 1,300원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엔이 지난 1월에 이어 달러원 환율움직임의 최대변수로 다시 등장한 셈이다.

◆완만한 환율하락기조 종료

환율이 다소 고정되다시피 했던 범위를 벗어 2일 1,265원에 마감됨으로써 그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완만한 환율하락기조''는 일단락됐다.

여전히 수급상으론 공급이 다소 우위에 있으나 국내에서 조정이 불가능한 외부악재가 불거지면서 손 쓸 도리가 없어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그동안 엔화와 미국 나스닥이 큰 변동이 없이 안정적이란 가정하에 국내 수급만으로 하락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돌아본 뒤 "그러나 외부변수의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승기조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딜러도 "일방적 원화 절상심리가 상당히 불식됐다"며 "상승으로의 전환이 장기트렌드는 아니나 업체들도 상황이 나빠지면 달러를 내놓지 않고 사기 때문에 수급에서도 매수세가 강해지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승추세로의 전환이라고 하기엔 빠른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나스닥이나 엔화가 계속 좋지 않으면 원화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무역수지가 흑자인데다 외국인 순매도도 크게 많지 않은 등 수급상 원화가 약해질 요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의 추가상승이 2월초 매도기회를 놓쳤던 기업들이 보유물량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