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H증권에 대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인수업무 제한''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H증권이 코스닥등록 주간사를 맡았던 인터파크의 영업실적이 주간사 증권사 추정치를 크게 빗나가 기업 분석을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금감위에 제재 안건을 상정했던 금융감독원의 공시심사실 내부에서는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예측이 빗나갔다는 이유로 증권사에 한시적이나마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는 제도는 ''후진국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윤승한 공시심사실장은 사견을 전제로 "규정에 따라 제재 안건을 올리긴 했지만 예상을 잘못했다고 행정 조치를 내리는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도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기업금융팀장은 "앞날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벌을 주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흥분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집단소송제도가 엉터리 분석을 막아주고 있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실 분석으로 집단소송을 당하면 엄청난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기업 분석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시장 기능에 의해 자동적으로 증권사의 부실 분석이 척결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한국에서는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아직은 요원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따라서 "영업 정지로 인해 잘못도 없는 증권사의 고객(상장추진 벤처기업)이 손해(상장추진업무 차질)를 볼 수 있다"며 "영업 정지 대신 증권사에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모 기업의 부실 분석에 대한 제재 권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위원회가 갖고 있었으나 올해부터 증권업협회로 넘어왔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