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광주은행 자회사인 뉴비전벤처캐피탈(옛 광은창업투자)의 경영권이 미국계 투자회사인 옵셔널벤처스로 넘어갔다.

코스닥에 등록된 창투사가 기업인수합병(M&A)된 사례다.

이 뿐만 아니다.

대구은행의 자회사인 인사이트벤처(옛 대구창투)와 전경련이 대주주인 한국창투에 대한 M&A설도 업계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무한기술투자와 웰컴기술금융과의 경영권 분쟁도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코스닥에 등록되지 않은 창투사 가운데도 국민창투를 비롯 많은 업체들이 매각을 추진하는 등 M&A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창투업계엔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그 양상은 작년말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무엇이 달라졌고 또 왜 이렇게 M&A 열풍이 거센지 정밀 진단해 본다.

<> M&A 타깃이 된 창투사 =벤처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이 어렵던 작년말.

기투자자산의 현금화가 불가능하고 투자재원이 떨어진 소형 신생 창투사들의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자본금 1백억원짜리 창투사를 40억~50억원에 판다는 쪽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자는 곳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이제 매물로 나온 창투사는 자취를 감춘 반면 사자는 곳은 훨씬 많아졌다.

M&A 전문 중개사에도 대기업이나 사채업자, 개인 재력가 등의 창투사 매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외부적으로 매각할 계획이 있다고 드러내 놓는 창투사들은 원래 없었죠. 지금은 오히려 사겠다는 곳이 부쩍 늘어났어요"(드림벤처캐피탈 이태영 이사)

<> 왜 사려고 할까 =창투사를 매입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직 코스닥에 등록되지 않은 창투사를 싼 값에 인수한 뒤 등록시켜 자본차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이런 의도로 설립된지 3년이 지나고 그동안 계속해서 순익을 낸(코스닥 일반기업 등록요건) 창투사들을 찾는 매입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수요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창투업이 대표적인 저PER(주가수익비율) 업종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큰 차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

현대기술투자 등 코스닥 등록을 자진 포기한 업체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번째 의도는 창투사가 가진 투자자산(벤처기업 주식)을 싸게 산 뒤 역시 코스닥에 등록시키거나 장외에서 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창투사 자체보다 투자자산을 탐내는 셈이다.

요즘 이런 목적으로 "사겠다"고 하는 곳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코스닥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올 하반기 벤처산업의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졌기 때문에 계속 이같은 매입자들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순수하게 창투업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목적에서다.

물론 요즘처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창투사를 설립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전문 투자인력 확보와 투자노하우 습득이 어렵기 때문에 인수를 선호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실제 M&A는 잘 이뤄질까 =이처럼 창투사를 사려는 곳은 많지만 실제 M&A 계약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창투의 경우 공개적으로 리젠트그룹 등 몇 곳과 매각협상이 진행됐지만 모두 결렬됐다.

다른 창투사들도 설은 분분했지만 실제 매각이 성사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M&A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주식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이 없다는 것.

"아무리 지금은 휴지처럼 여겨지는 투자자산이라고 할지라도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죠. 그래서 적정가격을 합의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듭니다. 누가 생돈 1백억원을 들여 산 투자자산을 반 값에 팔려고 하겠어요"(한미창투 이영민 부장)

등록업체의 경우 M&A설을 흘려 주가를 띄우려고 한다든지 혹은 흥정만 하고 가격만 깎으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매입자들도 많다는 것도 거래 성사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몇몇 창투사들은 몇 번의 협상 실패에 실망해 아예 요즘엔 문의가 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일스톤벤처투자 서학수 사장은 "창업투자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업종"이라며 "벤처투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머니게임 형태로 창투사를 인수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