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투신사 채권형펀드로 시중자금 유입->채권시장 활성화->주가상승세 반전"

지난 98년 하반기부터 99년 8월말까지 전개된 국내 자금시장과 주식시장의 선순환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금리하락에서 촉발된 자금이동, 즉 은행권에서 투신사등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흐름이 결과적으로 증시 대세상승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현재의 증시주변 자금흐름도 이와 유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리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자 일부 은행권 자금이 투신사의 채권형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콜금리를 내린 지난 한주동안 투신사 채권형펀드에 1조3천억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몰렸다.

향후 자금흐름의 진로를 일러주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강하다.

물론 경기하락세,채권형펀드의 시가평가제 전환등 당시와는 다른 점이 많아 98년말과 같은 폭발적인 자금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98년말∼99년8월의 자금흐름=IMF체제의 고금리가 저금리로 바뀌면서 투신사 채권형펀드에 돈이 물밀듯 몰려왔다.

지난 98년 6월말 연16%대였던 3년만기 회사채금리(AA-기준)는 그해 12월말 연8%대로 떨어졌다.

그 결과 채권형펀드 잔고는 1백12조원에서 1백91조원으로 급증했으며 99년6월말에는 2백40조원을 넘었다.

저금리에 견디지 못한 시중부동자금이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투신권의 채권형펀드로 대거 이동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채시장은 활력을 되찾았으며 때마침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증시는 대세상승기로 접어들었다.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유입=금리하락세가 자금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표금리인 국고채금리는 12일 장중 연 4%대에 진입했다.

사상 최저수준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콜금리를 인하,금리하락세를 유도하고 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및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의도보다 투신권으로의 자금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끌고 가 채권형펀드로 자금유입을 유도하고 그 결과 회사채시장을 정상화시킨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의도가 현실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투신사에 11조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됐지만 단기부동자금인 MMF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월들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한주동안 투신사 수탁고 증가분 2조4천억원 가운데 MMF는 1조원이었으며 채권형펀드는 1조3천5백억원을 차지했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투신권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 "자금시장의 선순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경기바닥론''과 이같은 자금흐름이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98년말과 다른 점=현대투신운용의 성금성 이사는 "금리하락세로 투신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지만 지난 98,99년처럼 폭발적인 자금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엔 장부가 펀드여서 원금보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가평가제가 적용되는 실적상품(원금이 깨질수 있다)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또 과거엔 IMF때 발행된 20%이상의 고금리 채권을 투신이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물타기를 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맞춰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