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크게 밀렸다.

장중 내내 반등 다운 반등 시도도 없이 미끄럼을 탔다.

5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9.32포인트(4.82%) 급락한 579.16에 마감됐다.

주가급락으로 "유동성 장세"가 종지부를 찍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감돈다.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시장이 폭락한 데다 외국인 매도규모도 심상치 않은 탓이다.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은 이날 올들어 가장 많은 1천2백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초 랠리"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급락과 기업 수익성 악화 등 펀더멘털 여건이 랠리를 멈추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초랠리의 불씨를 댕겼던 "유동성 장세"는 아직 사그러 들지 않았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등 증시로 돈을 빨아들일 재료들이 건재하다는 논리에서다.

국내 회사채 시장이 해빙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는 점도 호재로 분석됐다.

◆외국인 ''사자''는 끝났나=''연초랠리''는 한마디로 ''외국인 유동성 장세''였다.

외국인은 올들어 3조원 가량의 ''실탄''을 쏟아부으며 주가를 띄워올렸다.

그러나 이날 1천2백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안면을 바꾸었다.

선물시장에서도 3천계약이상을 순매도했다.

해석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단기간에 사고싶은 주식을 충분히 샀으니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자는 계산이 깔려있다"(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는 관측이 있다.

장 사장은 "경기하강속도가 문제지만 금리인하 정책에 따른 국제 유동성 보강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실물경제보다 주가가 선반영된다"며 "미국의 GDP성장률이 마이너스 0.5%로 돌아선 것은 지난 91년이지만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년도인 90년에 각각 마이너스 4.3%와 마이너스 17.8%씩 하락했다"고 말했다.

91년엔 두 시장 모두 폭등 양상을 보였다.

윤 이사는 "지난 해 미국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에 비춰볼 때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도 그 훈풍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되고 있어 외국인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연초랠리를 주도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며 "이는 1월중순부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당초는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계자금이 환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경기급랭이 투자수요를 억누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조정폭은=60일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550과 20일이동평균선이 놓여있는 59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 거래의 상당물량이 이 지수대에서 집중돼 있다"며 "이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느냐가 추가 랠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옵션만기일에다 금통위가 열리는 8일이 주가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B자산운용의 장 사장도 "60일선이 지지선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포인트=전문가들은 조정장세에는 통상 빠른 순환매가 진행된다며 순환매의 길목을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충고한다.

LG증권 황 팀장은 "실적이 수반되는 저가주에 대한 매매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올해 테마는 유동성"이라며 "지수가 550선까지 추락하면 삼성전자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저가매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