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주가는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리는 하향 안정 추세다.

국내외 변수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조짐이어서 이런 양상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안정되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직·간접 자금조달도 훨씬 수월해지게 된다.

굳었던 투자자들의 얼굴도 활짝 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채권시장 상황=몰려드는 부동 자금을 추진력으로 주식시장이 연일 열기를 내뿜으면서 다시 600선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는 600선 문턱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초 1,059선에서 탈선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가 극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 연초 이후 12일 현재 12.8%나 뛰어올랐다.

채권시장에서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연 5%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외면당했던 회사채시장이 다시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BBB등급 회사채가 발행되는 사례도 최근들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연초부터 주가가 급속한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은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국내외적인 변수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증시 수급 개선의 일등공신은 단연 외인군단과 개미군단이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무려 1조6천여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 등 한국의 대표주를 무더기로 순매수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커 증시영향력이 막강한 주식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 반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배경=개미군단의 힘은 고객예탁금의 증가로 나타난다.

연초 6조원 선에서 8조5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2억∼3억주,1조∼2조원에 불과했던 거래소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5억∼6억주,2조∼3조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외인군단과 개미군단이 합세해 펼쳐지는 유동성 장세는 국내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의 지속,미국 금리인하 및 주가반등이 불을 지폈다.

최근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회생가능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상시 퇴출제도를 도입해 중단 없는 구조조정의 의지를 다졌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추진은 은행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은 국제 자금의 흐름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한동안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국제 자금이 한국등 이머징마켓으로 환류되는 모습이다.

얼어붙었던 회사채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국고채 금리가 급락한 영향이 크다.

국고채보다 상대적으로 싸지자 회사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중 부도 위험이 없는 BBB등급 회사채를 찾는 투자기관들이 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자 회사채 발행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제당 한화 등 8개 기업은 올들어 BBB등급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BBB등급은 그동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던 회사채다. 오는 2월 중 콜금리가 인하될 경우엔 국고채 금리가 더 떨어지면서 회사채 금리 역시 추가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망=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수가 지속되면 종합주가지수가 650∼700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증시와 회사채시장의 회복이 빠를수록 기업 자금조달이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유상증자가 쉬워지고 회사채 발행이 원활해져 신용경색 현상으로 꽉 막혔던 기업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기업에 돈이 돌면 영업활동도 활력을 띠어 실적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개선은 다시 주가 상승→증시자금 유입→주가 상승→기업자금조달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