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느닷없이 나타난 유동성장세가 쉬 식을줄 모르고 있다.

시중에 넘치는 돈이 갈데라곤 주식시장 밖에는 없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새해들어 9거래일동안 8일이나 상승했다.

12일엔 장중한때 600선 고지를 넘보기도 했다.

주가상승에다 거래량 증가까지 보태져 유동성 장세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거래량은 지난5일 이후 6일연속 5억주를 웃돌았으며 12일엔 7억주를 넘어섰다.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유동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에선 유동성장세가 경기저점에서 출현한 만큼 실적장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나 환율등 변수가 많아 유동성 장세가 단기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 장세 특징=지금의 유동성 장세는 외국인에 의해 촉발됐다.

외국인은 올들어서만 1조6천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의 낙폭이 세계 주요국 증시중 최대라는 점이 외국인을 끌어당겼다.

또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조치로 전 세계적으로 채권보다 주식의 투자메리트가 커졌다는 점도 국내 유동성장세의 배경이 됐다.

국내변수로는 실세금리의 속락이 유동성장세를 부추기고 있다.

채권시장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5?6%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2주일새 6조원대에서 8조원대로 급증했다.

투자주체별로 봤을때 외국인은 반도체 통신 우량금융주를 주로 매수하고 있으며 개인들은 증권주 건설주등 저가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얼마나 이어질까=유동성 장세는 경기사이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하강국면에서 나타난 유동성 장세는 단기에 소멸한다.

반면 경기저점 근처에서 생성된 유동성 장세는 자금의 재유출이 적어 향후 실적장세로 옮아가는 특징이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은 "현재 실물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으며 지금은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단계여서 투자환경이 급속히 개선됐다"고 파악했다.

주상철 대한투신증권 금융분석팀장도 "경기저점이 올 4·4분기나 내년 1·4분기께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주식시장은 2·4분기나 3·4분기부터 실적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동양증권은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국내업체의 수출경쟁력 약화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 △자금시장 경색 등을 들어 유동성 장세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기업및 금융권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실물경기 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장기침체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투자전략을 취할까=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각종 기술적 지표가 호전된 만큼 주가가 바닥권을 탈출했다"고 분석했다.

온 이사는 "유동성장세를 일으킨 주역인 외국인의 매매추이를 봤을때 반도체 통신 우량금융주가 유망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수가 추가상승하기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발빠른 순환매로 대응하라고 권한다.

이날 장 막판 증권주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봤을때 상승모멘텀이 확고하게 다져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단기대응하는 것이 유망한 전략이라고 추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