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하루새 23원이나 널을 뛰며 외환시장이 극심한 혼조세를 나타냈다.

원화환율은 3일 한때 전날보다 16원60전 오른 달러당 1천2백93원까지 치솟았으나 장막바지에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물량이 쏟아지며 폭등세가 한풀 꺾여 전날보다 6원30전 내린 수준에 하루장을 마감했다.

달러를 사들이는데 열중했던 일부 투기세력은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날이었다.

◆ 널뛰는 외환시장 =이날 원화환율은 폭등세로 장을 열었다.

전날밤 역외세력이 NDF(역외선물환) 시장에서 환율을 1천2백87원까지 끌어올린 가운데 정유사 등 수입업체의 결제수요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달러보유 심리가 시장을 압도하며 기업에 이어 개미(개인)들까지 달러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나서 환율상승을 부추겼다.

재정경제부가 "일시 거액 투자자금 등의 유입으로 시장분위기가 반전될 경우에 대비한 시장참가자들의 합리적인 매매를 기대한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환율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환율상승을 예상했던 세력들은 쾌재를 부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장막판에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재경부로부터 "정부는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강력한 구두경고가 나온데 이어 정부기관에서 달러매물이 쏟아졌다.

재경부의 구두개입이 강력한 공습경보로 판명되면서 NDF시장에서도 달러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췄다.

당국의 강력한 환율안정 의지가 승기를 잡는 모습이었다.

◆ 정부의 강한 안정의지 =이날 정부는 강한 외환시장 안정의지를 확인시켰다.

최근처럼 환율이 단기 급등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환율의 단기급등은 증시의 발목을 잡는 악재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손절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을 촉발, 물가관리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환율이 치솟는 상태에선 콜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부양 수단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는 시점에서 콜금리를 내릴 경우 자칫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처럼 인플레 기대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전망 =기업과 개인의 달러보유 심리와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의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안정의지에 따라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의 개입물량으로 환율이 내려앉긴 했지만 다시 1천3백원대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1천3백원선에선 강한 매물벽이 대기하고 있어 추가상승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확인된 만큼 환율은 다시 1천2백50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