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시장 일지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점철돼 있다.

지난 4월5일 발생한 성도이엔지 공매도에서부터 12월의 동신에스엔티 시세조종에 이르기까지 주가조작 사건은 끊임없어 터졌다.

특히 하반기들어서는 한달에 한번꼴로 대형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져나와 코스닥시장을 뒤흔들었으며 일반투자자들은 그때마다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주요 주가조작 사건=올초 기관투자가가 사이버주식거래를 통해 주식을 공매도했다가 되사지 못해 결제를 못하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우풍상호신용금고가 지난 4월 주식운용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상한가행진을 벌이고 있던 성도이엔지에 대해 유통주식수보다 많은 물량을 공매도했다가 막상 매매가 체결되자 결제를 못한 것.

7월에는 세종하이테크사건이 터졌다.

이 회사 최종식 사장이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가조작을 펀드매니저에게 청탁하고 사례비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8월에는 테라의 주가조작 사실이 적발됐다.

이 회사 박상훈 사장이 지난해 9월께 외자유치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어 9월에는 인터넷 증권사이트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개인투자자 이모(34)씨는 지난 4월께부터 유니텍전자를 사들인후 인터넷 사이트에 6백70건에 달하는 허위정보를 게재,11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현준 사건은 초대형 금융사고를 동반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왔으며 코스닥기업의 CEO(최고경영자)및 대주주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트렸다.

◆코스닥은 작전의 천국=증권 전문가들은 검찰수사를 받고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한다.

증권업협회에서 주가조작의 냄새가 난다고 판단,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한 것만도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차라리 작전에 편승하자며 작전설이 나도는 종목을 되레 선호하는 분위기가 됐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은 말그대로 ''작전의 도가니''라고 혹평한다.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감독원등 관계당국의 조사기간이 길어 작전적발 등이 사후약방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라의 주가조작은 사장등이 지난해 5월께부터 통정매매나 허위사실유포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챙겼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8월께야 주가조작혐의를 적발,발표했다.

코스닥증권시장(주) 이현택 팀장은 "관계당국이 시장 및 해당기업에 미칠 피해등을 막기 위해 작전조사는 철저한 비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비밀조사는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고 이로 인해 시장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혐의 내용등은 비밀로 하더라도 조사진행중이라는 사실등은 공개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