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와 울분을 안겨줬던 뉴밀레니엄의 첫 해 증시는 "무주식이 상팔자"란 말까지 낳았다.

개장일인 1월4일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종합주가지수는 반토막 이하로 주저앉았다.

올 한해동안 거래소시장에서만 1백69조원이나 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장미빛 희망을 안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은 반토막난 주식을 안고 한숨짓는 신세로 전락했다.

역(逆)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면서 주식수요감소->주가하락->증시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난 해의 사상 유례없는 활황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주가흐름=종합주가지수는 연초에 비해 50% 이상 하락했다.

개장일인 1월4일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1,059.04를 기록했다.

이는 IMF체제 이후 최고치다.

투자자들은 고(高)주가시대가 재개됐다며 들떠 있었다.

투자자들은 98년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해''라면 지난해는 ''도약기''였으며 올해는 성숙한 ''안정 성장기''에 들어설 것으로 봤다.

간접투자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기대를 고조시켰으며 기업들은 자본시장을 통해 넉넉하게 자금을 수혈받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주식시장은 98년으로 되돌아갔다.

거래소시장은 이렇다할 반등도 못해본 채 저점을 낮춰갔다.

지난 4월17일 세계증시를 강타한 ''블랙먼데이'' 때 97.17포인트(11.63%)나 추락하면서 하락 추세를 예고했다.

7월말 800선을 잠깐 밟아봤을 뿐 약세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11월부터는 주가가 500∼600선에 갇혀 있는 ''박스권장세''가 연출되며 투자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장세특징=올해는 주도주,매수주체,재료 등이 실종된 ''3무 증시''로 통했다.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상승 모멘텀을 찾을 리 없었다.

반대로 악재가 겹겹이 나타나며 증시의 발목을 잡아챘다.

특히 ''말로만 그친'' 금융·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현대그룹 자금난은 1년 내내 증시를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나스닥시장 폭락과 국제 반도체가격 급락 등도 겹쳤다.

◆폭락 배경=악재가 쉼 없이 쏟아졌다.

국내적으로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계속 지연된데다 불투명한 기업경영 행태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권의 몸사리기를 조장,''돈맥경화'' 현상을 일으켰다.

게다가 ''정현준·진승현 게이트''로 불린 굵직굵직한 금융스캔들과 각종 주가 조작 사건이 투자자들을 증시로부터 밀어냈다.

이와 함께 대우사태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투신이 추가 유동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주식을 내다파는 데 급급해 주가를 더욱 끌어내렸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나스닥시장 폭락,국제 반도체가격 급락,국제유가 급등 등 악재의 준령이 너무 높기만 했다.

정부가 연기금과 우체국기금 등을 동원하면서 주가 하락을 막고 나서 간신히 지수 500선을 유지했다.

◆막강한 외국인 파워=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돼 한 해 동안 11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국내 증시의 유일한 매수세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경우 큰 혼란이 예상돼 외국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형편에까지 이르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해외시장 동조화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미국 증시가 기침을 하면 한국 증시는 감기에 걸린다"는 게 증시격언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한숨으로 지샌 개인투자자들=올해 증시는 ''전강후약''의 흐름을 보였다.

연초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버린 그야말로 ''지옥의 시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날린 돈은 무려 1백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미''들은 거래소시장에서만 64조2천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