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첫해 증시열차는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문을 넘나들었다.

연초 1,059선에서 ''발차''했던 종합주가지수는 폐장일을 하루 앞둔(거래일 기준) 22일 현재 500선으로 ''탈선''해버렸다.

뉴 밀레니엄의 큰 장이 설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꿈과 함께.

급등락이 심했던 만큼 증시 풍속도도 예년과 사뭇 달랐다.

눈치껏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오가야 했고,부스스한 눈으로 미국 시장을 쳐다봐야 했다.

이도 저도 안되면 컴퓨터 시스템에 의존해야 했다.

''끼'' 많은 젊은 투자자들은 아예 사이버 투자세계로 빠져들었다.

◆뉴 밀레니엄칩=새 천년을 알리는 축포와 함께 증권사들이 발빠르게 만들어낸 신 테마였다.

IMT-2000주,바이오테크주 등이 그런 테마주다.

그렇지만 약세장이 지속되다 보니 빛을 발하지 못했다.

◆성장주냐 가치주냐=미국에서 비롯돼 태평양을 건너온 화두였다.

금융,제조업종의 전통적인 우량주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주의 대격돌이 큰 관심사였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가치주에 투자할 것인가,수익모델은 불안하지만 미래의 희망을 담보로 한 성장주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소를 탈까,닭을 잡을까=그 어느 해보다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경쟁이 치열했다.

아우인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형인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을 추월하기도 했다.

닭이 소를 잡는 형국이었다.

인터넷주 붐과 함께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 쪽으로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아시나요=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의 주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따라 울고 웃었다.

이 지수의 등락에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시가총액이 커 종합주가지수의 방향타였다.

◆데이 트레이딩 전성시대=하루 수십번씩 매매하는 초단타 매매가 열기를 뿜어댔다.

온라인 트레이딩이 확산된데다 사이버 매매수수료가 저렴해져 가능했다.

데이 트레이딩을 전문 직업으로 삼는 데이 트레이더까지 생겨났다.

''초단타 매매로 하루에 수십만원을 벌었다''는 등 데이 트레이더들의 투자전략서는 사이버 주식투자 붐을 재촉한 촉매제였다.

◆삼전을 강추하니 즐투하시라=증권정보 제공 전문사이트가 활개를 치면서 개미들이 만들어낸 축약어와 조어가 쏟아져 나왔다.

처음 사이트에 접속하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단어가 많았다.

''삼전을 강추하니 즐투하시라''는 삼성전자를 강력 추천하니 즐겁게 투자하시라는 뜻이다.

외국인은 개미투자자를 괴롭힌다 하여 ''외계인''으로 불렸다.

◆보초병·선우선생·쥬라기 열전=필명을 쓰는 이른바 사이버 고수들의 열전도 볼만 했다.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 한 코너를 차지하고 개미들에게 나름대로의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재야 증권전문가가 명성을 날렸다.

이들의 주가 전망 및 종목 발굴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는 하루하루 조회건수로 결정됐다.

◆최후의 보루,시스템 트레이딩=직접투자에 신물나고 간접투자에 속이 탄 투자자들이 최후로 의지한 곳은 주식투자용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

주가를 결정하는 모든 변수와 기술적 분석기법을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해 투자시점을 찾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대박 터졌다"는 소문은 없었으나 손실폭을 최소화하는 손절매 원칙이 프로그래밍돼 약세장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경기방어주 각광=미국 경기,국내 경기가 전반적인 둔화조짐을 보이자 경기둔화에 둔감한 경기방어주가 조명을 받았다.

음식료 제약 등 생필품 관련 업종과 전력 보험 가스 담배 관련주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미국의 투자대가인 피터 린치는 장례산업을 경기방어 업종이라고 했다.

◆보물선은 없을까=보물선 관련주가 연말에 갑자기 돌출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보물선 존재 유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동아건설은 10일 이상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투기세력이 붙었든 붙지 않았든 침체장속의 개미들에겐 한줄기 지푸라기인 셈.내년 강한 반등장을 고대하는 간절한 희망이 압축된 투자심리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