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상 달러당 1천1백30원대에서 안정돼 있던 원화 환율을 단 사흘만에 1천1백70원대로 끌어올린 주범은 누구인가.

일부에서는 역외선물환(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과 역외세력을 지목했다.

환율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NDF 시장에서 환율급등이었다는 주장이다.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

전주말보다 12월20전이나 오른 1천1백54원으로 마감됐다.

전날 NDF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은 시장참여자들의 지적처럼 이미 1천1백46원으로 치솟아 현물시장에서의 폭등을 예고하고 있었다.

<>NDF가 주범인가=이응백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시장팀 선임조사역은 NDF시장이 촉발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시장이나 여기서 거래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모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국내 정치적 불안요인과 대만 달러.주가의 폭락 때문"이라면서 "NDF시장에서의 선물환율 상승은 이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NDF 거래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수요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한국주식 투자자들이 그동안 무시했던 원화 헷지(위험회피)를 이제야 시작했기 때문이지 원화 공격세력이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외국인의 달러매수 주문 중 60~70% 이상은 환위험 관리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수급싸움=22일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하는 혼전양상이었다.

오전 한때 전날 종가보다 7원이나 낮은 1천1백60원50전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오후장이 시작되자 다시 1천1백70원50전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구두개입과 국책은행의 달러공급으로 다시 1천1백60원대로 떨어졌던 환율은 오후 3시15분께 다시 1천1백70원을 상향돌파했다.

극도로 불안한 모습이었다.

한 외환딜러는 "환율이 떨어지면 정유사들의 매수주문이 나오고 환율이 오르면 국책은행들의 매도주문이 들어왔다"면서 "외환당국과 달러매수 수요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과 내일의 싸움이 앞으로의 환율을 결정할 것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전망은=김역동 신한은행 국제부 차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정부가 지금의 환율수준(1천1백60원대)을 용인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는 1천1백50원~1천1백7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응백 조사역은 "현재 외환시장은 흥분상태에 빠져있어 1억달러 정도의 주문만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라면서 "환율상승을 전망했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수준까지 환율이 올랐기 때문에 흥분이 가라앉으면 1천1백60원대에서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말로 접어드는 내주초엔 수출대금이 들어오면서 환율상승압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