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기관들이 현대건설의 해외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풋옵션(Put Option.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조기 현금상환을 요청함에 따라 해외 CB(전환사채) 및 BW 발행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증시침체로 주가가 전환가격을 크게 밑돌아 풋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하면 만기전 현금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를 앞두고 원화환율이 급등락하는 추세여서 자칫 환차손까지 떠안게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6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기업이 발행한 CB와 BW중 올해와 내년 상반기중 풋옵션 행사시기를 맞는 것만 23개사 25건에 달한다.

거래소기업 8개,코스닥기업 15개사로 채권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경우 이들 기업이 갚아야할 금액은 무려 3억8백20만달러이다.

특히 거래소의 동원산업 성문전자 대림수산 이룸 인천정유 대호와 코스닥의 제이씨현시스템 테라 아큐텍반도체 등 모두 10개 업체의 CB 및 BW는 연내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들 기업의 발행금액은 1억4천8백70만달러다.

현재의 자금시장 상황을 감안할때 풋옵션이 들어오면 해당기업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풋옵션 행사기간이 돌아오는 대림수산의 경우 세차례에 걸쳐 조정된 인수가격(8천8백6원)이 6일 종가 6천2백원보다 4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회사 김기현 재경팀 부장은 "채권자와 풋옵션 행사기간 연장을 협의중"이라며 "조기상환 요구에도 대비,자금마련에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는 12월1일로 BW발행(1억5백만달러) 1년이 되는 인천정유도 채권자의 현금 조기상환요구에 대비,이미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국내에서 빚을 얻어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을 계획이다.

외자유치를 헛 했다는 얘기다.

현재 최종 인수가격이 액면가인 5천원으로 낮아졌지만 주가는 1천3백원대로 급락해 조기상환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전환 물량은 1억5백만달러.

회사채발행 등 제도권내 자금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코스닥등록업체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가가 회복되길 기다리며 조기상환을 최대한 연장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닥등록업체인 아큐텍반도체가 지난해 발행한 BW의 조기상환청구일은 오는 12월22일.미전환금액은 1천2백만달러에 이른다.

현재 주가가 최종인수가보다 30% 정도 낮지만 최근 신기술개발을 재료로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주가가 회복되고 있어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며 "그러나 CB와 달리 BW는 투자자금을 회수하더라도 주식인수권은 살아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테라도 CB를 발행한지 1년이 되는 다음달 21일부터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를 걱정해야 하기는 마찬가지.현재 미전환잔액은 1백90만달러.CB발행후 네번 가격조정을 거쳐 전환가격이 3천5백10원으로 떨어졌지만 주가는 1천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풋옵션 행사기간이 돌아오는 일부 업체는 조기상환에 따른 원금과 이자외에 환차손마저 우려된다.

환율전문가들은 내년 2단계 외화자유화가 실시돼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1천2백원대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1천1백원대에 CB를 발행한 한글과컴퓨터 넷컴스토리지 등은 풋옵션 행사시 엄청난 환차손을 입게 될 전망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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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풋옵션(Put Option)이란 시장가격에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옵션기한내에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보다 쉽게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계약 당시 리픽싱(전환가격조정)과 함께 풋옵션 조항을 대부분 명시했다.

때문에 주가폭락 등 시장상황이 나빠지면 조기상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