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좁아서인지 국민성 때문인지 우리 나라는 뭐든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인기 여배우의 뉴 헤어스타일은 사흘이면 전국에 대량의 복제인간을 생산한다.

또한 돈 된다는 뉴스에는 순식간에 수천 명이 몰려 돗자리를 깔고 눕는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사용 증가를 봐도 역시 우리는 세계에서 으뜸 가는 속도국이다.

하지만 빠르다 보면 탈도 나는 법, 자동차 사고는 우리가 월드 챔피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로 초고속 질주 끝에 전복이 되어 거의 죽다가 살았다.

과속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주식에서도 한가지.

하루빨리 뻥튀기 해 보자고 뛰어든 것이 일년 내내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발 빨리 정보를 얻고,일 초 빨리 사고 팔자 하다가 사이버 기계에 얼마를 털렸는지 모른다.

세계 최고 주가 상승국에서 최고 하락국으로,세계 최고 속도의 "왕복달리기"를 하다가 말이다.

이래서 나는 우리의 빠르고 영악함이 자랑스러울 때보다 걱정스러울 때가 더 많다.

그런데 최근에 그 걱정이 또 하나 늘었다.

바로 시스템 트레이딩(system trading: ST)의 급속한 확산이다.

선물이 확산될 때도 그토록 위험관리를 강조했음에도 거의 전멸을 해 버렸는데 사이버 매매는 심리적으로 말려들기 십상이라서 마치 비행기에서 바위를 짊어지고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것처럼 빨리 까먹는다고 그렇게 외쳤어도 결국은 당하고 말았는데 프리 코스닥은 가격이 눈에 안 보이니 마치 장님이 목검 들고 일류 검객을 상대하는 것 같은 큰 모험이라고 조심을 당부했는데도 너나없이 다 쓰러지고 말았는데 새로 나온 이 요물,ST는 또 어떻게 하나 여기 그 주의 사항을 알려 드린다.

ST란 "그 때 그 때 상황 판단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로직(logic)에 따라 기계적으로 하는 매매"를 말한다.

예를 들면 매주 화요일에 사서 금요일에 파는 것도 일종의 ST다.

5일,20일 이동평균선이 교차할 때마다 매수,매도를 하는 것도 ST다.

여러 복합적인 로직을 컴퓨터에 입력해 두고 매매 신호가 울릴 때마다 주문을 넣는 것은 보다 고차원적인 ST다.

이처럼 ST는 투자를 망치는 주범인 인간의 감정을 배제시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과거 데이터 분석 결과 상당한 수익이 증명된 로직을 택하므로 투자 결과에 자신도 있다.

하지만 장점밖에 없어 보이는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로직을 믿고 꼭둑각시처럼 따라만 하다가 졸지에 지옥으로 떨어지기 일쑤라는 말이다.

언제 그렇게 되느냐고?

미래가 과거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 때다.

생전 못 보던 가격 움직임이 계속될 때,어어 하다가 뒤통수를 얻어 맞는 것이다.

신화적인 투자가 워렌 버펫도 그래서 일그러졌고,노벨상에 빛나는 롱텀 캐피털도 그래서 망가졌다.

늘 피해만 가던 총알이 딱 한 번 제대로 와서 꽂혀 윽 하고 무릎을 꿇었다.

진짜 좋은 시스템은 과거에 못 본 어떤 생소한 상황에도 대비를 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매수,매도 신호보다 돈 관리를 더 중시하는 시스템이 올바로 된 시스템이다.

수익 창출보다 손실 관리가 더 정교하게 구현돼 있는 게 믿을 만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시스템 트레이딩은 말처럼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런 게 다 잘 돼 있는지 어쩐지 여하튼 시스템 트레이딩은 놀라운 속도로 질주해 오고 있다.

소문만 믿고 무턱대고 덤비면 또 당한다.

매매해서 깨지고,펀드 사서 물리고 제발 여기서는 같은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지민 < 한경머니자문위원.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