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알루미늄 에칭박 전문생산업체인 알루코는 자회사인 알루코USA를 5월까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시키겠다고 공시 등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정작 5월이 되자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며 7월15일까지 상장을 마무리하겠다고 한발 뺐다.

7월엔 나스닥상장에 필요한 서류작업이 예정보다 늦게 진행되고 있어 상장완료 시점을 9월15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9월15일이 되자 이번엔 나스닥상장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코스닥기업의 ''말바꾸기''가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과 한 약속을 번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지난 2월24일 외자유치를 진행중이라고 공시한 웰컴기술금융은 이후 아직 협의중이라는 공시만 네차례 내놓았을뿐 7개월이나 지난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스오케이는 액면분할을 하겠다고 한지 1년1개월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대양이앤씨는 지난 8월25일 액면병합을 검토중이라고 공시했지만 이달들어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액면병합을 보류한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8월 무상증자를 검토중이라고 공시했던 위즈정보기술은 시장침체를 이유로 무상증자를 하지 않기로 했고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2일 아펙스와의 합병을 번복했다.

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올들어 공시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이 12개,마땅히 해야 할 공시를 뒤늦게 한 회사가 27개나 된다.

김경신 리젠트증권이사는 "일부 코스닥기업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성급하게 호재를 공시한뒤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시를 믿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공시내용을 믿지 못하게 된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불성실한 공시가 코스닥시장 폭락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등록기업이 말을 바꾸더라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의 제재를 가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대목이다.

윤권택 코스닥증권시장 공시팀장은 "검토중 등으로 애매하게 공시한 경우에는 이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제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즉 "막상 검토해보니 안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나오면 현행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알루코 에스오케이 웰컴기술금융 등 공시내용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은 코스닥증권시장으로부터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