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인 증시가 외국인의 반도체주식 매집에 힘입어 극적으로 소생의 계기를 잡았다.

외국인은 20일 하룻동안 2천5백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7일이후 계속된 매도공세에서 벗어나 대규모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추가 매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이 다시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돌아섰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날 미국 반도체주의 큰 폭 상승,미국 증권사의 반도체주 투자의견 상향조정,국내 주가의 과도한 하락 등이 외국인의 식욕을 자극시켰을 뿐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외국인이 "셀 코리아(Sell Korea)"의 기조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당분간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전히 보수적인 매매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권했다.

◆반도체주 매집=외국인은 9월 들어 지난 6일(2백87억원) 하루만 빼고는 매도우위를 보였다.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는 6일 연속 순매도했다.

9월 들어 지난 19일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1조6백77억원.''외국인이 한국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돌기까지 했다.

그런 외국인의 태도가 20일 돌변했다.

무려 2천억원이 넘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매수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1천5백32억원,현대전자 1천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이후 사흘 연속,현대전자는 19일 이후 이틀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 덕분에 현대전자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으며 삼성전자도 10.58%나 폭등했다.

◆순매수 배경=전날 미국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등한 영향이 가장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무려 8.1%나 급반등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0% 가까이 올라 반도체주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토머스 와이젤 파트너스와 베어스턴스,체이스H&Q 등의 증권사들은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적극 매수''로 변경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가 단기간 급락했다는 인식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부추긴 것으로 판단된다.

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팀장은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소한 25만원 수준"이라며 "최근의 급락은 비정상적이었으며 외국인이 이를 인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길영 ING베어링증권 이사도 "외국인 입장에서 탐을 내는 주식은 삼성전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순매수 지속여부=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날 외국인의 매수는 특정증권사 창구를 통해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HSBC증권 창구를 통해 75만주가 소화됐다.

전체 매수량의 36% 수준이다.

이로 미뤄 단기차익을 노린 홍콩계 자금이 삼성전자를 매수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일정 이익이 만들어지면 다시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현대전자도 매수량의 31%인 3백76만주가 자딘플레밍증권을 통해 매수됐다.

특정 증권사의 집중 매수는 매수세력이 다양하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순매수가 지속될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강신우 템플턴투신 상무는 "미국의 반도체주가 상승한 것말고는 국내 여건이 변한 건 없다"며 "외국인이 완전히 ''팔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자''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국제 반도체값의 하락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외국인의 ''사자''는 바닥을 확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