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와 간접투자상품의 운명이 1년새 이렇게 뒤바뀌었다.

지난 99년초 종합주가지수 500선에서 비틀거리던 국내증시를 단번에 1,000선 위로 끌어올린 주인공은 "박현주펀드"와 "바이코리아펀드"로 대표는 뮤추얼펀드와 주식형수익증권이다.

증시활황으로 상장기업은 4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경제가 IMF체제를 조기에 탈피하는데도 증시활황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는 지금 간접투자시장은 증시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됐다.

◆투신사 애물단지로 전락=현대사태,금융·기업 구조조정 등에서 비롯된 신용경색 여파로 자금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만 20조원.

시중에 돈은 많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돈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부도기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증시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중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증시(고객예탁금 및 간접투자상품)로 이동해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오를 기미만 보이면 투신사들이 매물을 토해내 증시 회복은 쉽사리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11조2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투신사들은 7조1천억원어치를 순매도,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한햇동안 주식형·뮤추얼펀드로 유입된 40조원이 1년이 지난 지금 증시에 뒷다리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되풀이되는 악순환=간접투자시장이 증시의 장애물로 전락한 것은 간접시장에서 자금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너무 많은 돈(40조원)이 유입됐다는 사실이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

어차피 이 돈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빠져나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신규자금의 유입이 막힌 상태에서 자금이탈만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는 올 들어 증시가 장기간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펀드를 운용하는 투신사들의 신뢰가 완전히 망가진 데 기인한다.

''주가하락→펀드수익률 하락→펀드환매→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투신사 주식매도→주가하락→펀드수익률 하락''의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 당국이 투신권에 ''순매수 요청''을 해도 주식매도세는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다 대우채 환매제한 조치,펀드매니저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투신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고객들이 쉽게 돈을 맡길 리 만무하다.

◆자금시장 안정세가 관건=투신사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력 갱생''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증시전문가들은 따라서 간접투자시장이 단기간에 정상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증시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증시가 다시 활황세를 보이면 투신권에도 자금이 서서히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중 자금이 증시로 물꼬를 트려면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돼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정점 논쟁으로 주식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마당에 금융불안 심리마저 해소되지 않으면 증시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방향 제시와 발빠른 실행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