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31일 3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해 증시를 바짝 긴장케 했던 외국인이 4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순매도 규모를 지난 1일과 4일 각각 8백45억원과 1백3억원으로 줄이다가 5일엔 다시 1천억원 이상으로 늘려 매도공세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더욱이 싱가포르투자은행이 시간외거래를 통해 현대전자 주식 1천1백4억원어치를 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 순매도규모는 사실상 2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의 단기적 매도공세로 해석하고 있다.

매도종목이 삼성전자등에 집중돼 있는 만큼 외국인의 매도세는 곧 잦아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적어도 ''셀코리아(Sell Korea)''가 시작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은행 주택은행 등 우량은행주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국내경기 둔화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과성 매도공세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배경=과다하게 편입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특정 종목의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D램가격 하락 가능성을 예측하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램버스사와 현대전자 등의 특허소송,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반도체주식 비중축소 검토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팔아치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반도체주를 과다편입한 외국의 대형펀드가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에서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사실상 2천억원이 넘는 순매도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조상호 한빛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외국인 매도세는 적극적인 이익실현보다는 소극적인 비중 축소의 일환으로 보이며 원화강세를 감안하면 매도세는 조만간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일과성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등 우량은행주도 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경기 둔화논쟁이 일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일과성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주가 전망=외국인의 매도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주가는 약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투신사가 이날 9백억원 가량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겁낸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지분이 적은 중소형주를 찾아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지수영향력이 큰 대형주가 시세를 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응 방안=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외국인 비중이 높은 종목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투기적 선물거래와 프로그램매매가 시장을 뒤흔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지수관련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투자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일단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은 만큼 외국인 매도공세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드러날 때까지 중소형주 위주의 보수적 매매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