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금융계열사의 외자유치는 세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현대그룹과 국내 자본시장이 현대투신의 부실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둘째는 현대그룹의 금융소그룹의 분리가 시작됐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는 외국금융사가 국내최대 영업망을 가진 증권사를 차지,본격적인 금융개방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투신은 약 1조5천억원정도의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공적자금 투입대상에 제외됐었다.

이로 인해 현대투신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면서,현대그룹과 자본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왔다.

그러나 미국 최대보험사인 AIG등이 주도한 국제기관투자가들이 자본참여하고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이행각서 체결에서 눈에 띠는 대목은 현대증권의 공동경영체제 전환이다.

이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IG등은 지난 6월에 체결한 양해각서에서 현대증권의 지분 15%(3천억원 규모)를 확보하되 우선주에 투자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투자규모를 확대,경영권을 적극 행사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측은 유치금액을 늘려 부실을 완전히 해소하는 게 시급한 상태다.

어차피 그룹에서 분리될 예정이었는데다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위해선 최대주주자리나 독자적인 경영권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실의 완전정리와 금융소그룹 분리라는 실리와 명분을 독자경영체제와 맞바꾼 셈이다.

이와 함께 AIG등의 현대증권 공동경영은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리젠트증권,굿모닝증권등 외국계 투자가들이 국내 증권사를 인수한데 이어 지점만 2백50여개에 달하는 국내최대 영업망도 외국인의 영향권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외국계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안방을 차지하고 영업을 하게 되는 셈이다.

뉴욕=육동인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