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는 지난 25일 현재 108.02로 올 3월10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83.44)에 비해 무려 61.9%나 떨어졌다.

93조원(평화은행우선주 제외)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53조원으로 줄었다.

주가하락으로 40조원이 공중으로 날아간 것.

코스닥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기대로 지난 주말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지수 100선이 위태로운 상태다.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개인파산의 위기로 내몰리고 벤처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할 지경이 됐다.

"코스닥발(發) 경제위기설"이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스닥시장이 불과 5개월여만에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든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전문가들은 △물량증가에 따른 수급불균형 △각종 주가조작사건으로 인한 신뢰상실 △인터넷 거품논쟁 △일부 등록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을 그 배경으로 꼽는다.

◆ 무제한적 물량공급이 시장을 망쳤다 =코스닥시장의 공급물량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지난 98년말 등록주식수는 11억주였다.

이게 작년말에는 40억주로 증가했고, 지난 7월말 현재로는 66억주가 됐다.

불과 1년7개월만에 6배가 늘어난 것이다.

98년말 당시 3백31개였던 등록법인수가 같은 기간중 5백69개로 늘어났다.

자본금 규모만 5조4천억원에서 14조9천9백억원으로 불어났다.

새로운 종목의 유입에다 등록기업의 증자바람도 불었다.

지난 98년 1조8천억원이었던 유상증자규모는 작년에 3조8백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7월말까지 4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무상증자를 공시한 업체수는 1백3개에 달한다.

전환사채 등까지 감안한다면 물량공세는 그야말로 파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수요는 제자리 걸음 내지 후퇴를 했다.

지난 7월 일평균 거래량은 1억9천만주.

전달의 2억4천만주에는 못미친다.

지난 1월의 1억주보다는 늘었지만 하루에도 몇차례씩 거래하는 데이트레이딩이 기승을 부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거래규모는 증가했다고 말할 수 없다.

공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수요는 제자리걸음이고….

주가가 오를래야 오를 수없는 구조다.

지수는 61.9% 하락에 그쳤지만 종목별로는 세 토막 네 토막난게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종목도 있다.

◆ 엉성한 시장관리가 수급불균형을 불렀다 =코스닥시장의 무차별적인 물량증가와 수요감소는 여러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시장관리능력의 부재, 정부의 엉성한 벤처육성계획,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코스닥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시장(주)은 과도한 물량공급을 수수방관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기업들의 잇따른 유.무상증자 실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거품이 잔뜩 낀 신규물량 등록도 수수방관했다.

문제는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코스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장외 벤처기업들은 피기도 전에 쓰러질 위기에 몰렸다.

코스닥의 침체로 자금모집이 되지 않아서다.

수많은 벤처업체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쌈짓돈을 투자했던 개미들의 알토란같은 자산도 허망하게 사라지고 있다.

만일 코스닥시장이 이대로 붕괴한다면 ''코스닥발 경제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투자정보팀 나민호 팀장은 "과도한 물량공급을 제한하지 않고는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단기적인 부양책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등록과 퇴출의 기준을 만들어 수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