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4일째 매수우위를 보였다.

지난달말 이후 4일연속 매수우위를 보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주도주와 주도 세력의 부재로 시장이 죽을 쑤고 있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이같은 시장접근은 상당히 의미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 다시 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옵션만기일인 10일 프로그램매물까지 덥석덥석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일선 외국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는 비관론이 없지 않지만 낙관론도 만만찮다.

외국인 매수세가 물타기란 해석이 있는 가운데 하루 1천억원 안팎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순매수 종목 확산=삼성전자 현대전자를 비롯 다른 종목으로도 매수세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30만원대 아래에서 적극적인 매수세가 일고 있다.

특히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매기가 몰리고 있다.

기아차 현대차 한전 SK글로벌 대덕전자 신세계 제일기획 한국타이어 삼성SDI 등이 그런 종목들이다.

기아차와 SK글로벌은 무려 한달간이나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3월이나 7월초 반도체주만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한전은 이날 서너개 외국증권사 창구로 매수주문이 집중됐다.

한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현대관련주중 실적 및 재무구조가 좋은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일종의 ''베팅''에 나섰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실적호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이 저가메리트 때문에 물타기성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이사는 "그동안 주로 매도한 외국인은 중장기 펀드가 아닌 단기 매매세력이 많았다"며 "이들의 매물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보여 순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문제와 경기둔화에 대한 시각=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임우택 이사는 "한국경기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IMF직후 가파른 경기상승세와 비교할 때 분명한 둔화세로 보고 있지만 급격한 경기하강세나 침체기로 접어든 게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외국증권사 관계자도 "내수경기나 체감지수가 떨어지고 있지만 수출경기는 여전히 좋은 편이어서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문제를 풀어내려는 정부의 확고한 뜻이 관철되면 증시회복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ABN암로의 권 이사는 "현대사태만 해결되면 이후 큰 악재가 없을 것으로 보는 외국인이 많다"고 말했다.

◆전망=외국인이 매수세력으로 재부상하면 주가 회복세가 예상외로 빨라질 전망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태여서 외국인 매수세가 늘수록 주가의 반등 탄력이 강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미국의 반도체나 기술주가 회복세를 보이면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등 반도체주와 SK텔레콤등 정보통신주의 반등세가 이어져 주가 회복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