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펀드운용은 이 원칙에 따라야 하며…"

A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요즘 툭하면 이런 설명을 늘어 놓는다.

수익률 하락 원인을 따지러 온 투자자가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항의 요지는 "왜 원금마저 까먹었느냐"는 것.심하면 "그렇게 하고도 펀드매니저라는 이름을 갖고 다니냐"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항의에 접하면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는 유구무언으로 일관한다.

무조건 "미안합니다"라고 답하는 게 이들이 그동안 익힌 노하우다.

펀드매니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작년 한때 ''신랑감 1순위''로 꼽히던 게 펀드매니저다.

1년 만에 반대가 됐다.

이미 연초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엔 주가가 끝모르게 하락하면서 아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찾고 싶을 정도가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하락이다.

대부분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 성장형과 뮤추얼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20%를 넘나든다.

이익을 내도 시원찮을 판에 원금의 20%까지 들어먹었으니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특히 작년에 수익률 1백%를 맛본 투자자들의 항의는 더욱 심하다.

최근 들어 급변한 업무환경도 펀드매니저들을 처량하게 만들고 있다.

펀드 판매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입김이 갈수록 드세지면서 영업점 직원이 펀드매니저 위에 군림하는 정반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펀드매니저에겐 고통이다.

주가를 급락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몸값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특히 이달 들어 터진 세종하이테크 사건으로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권경업 대한투신 운용본부장은 "언제는 투기채를 편입했다고 비난하더니 요즘은 이들 채권의 편입을 꺼려 자금경색이 심화됐다는 질책을 받는다.

어려움은 가중되는 반면 연봉제니 계약제니 하며 신분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의 탈출도 줄을 잇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의 간판 펀드매니저인 김기환 상무가 삼성투신운용의 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한 것이 대표적 예다.

미래에셋의 펀드매니저들이 신설되는 투신운용사로 가기 위해 경쟁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급적이면 주식운용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는 절대로 이 직업을 권하지 않겠다" 는 한 펀드매니저의 말에서 주가 급락기 펀드매니저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