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주가를 결정한다"

최근 미국 주가동향에 따라 국내 주가가 춤을 추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반도체주나 통신주가 폭락하거나 폭등하면 다음날 외국인이 국내 관련주를 대량 매도하거나 대량 매수하고 있다.

취약한 수급구조상 외국인의 대량 매매는 국내 주가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게다가 자금사정 악화로 불거진 현대건설 문제의 파장및 후유증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를 잔뜩 움츠리게 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끌려다니는 국내 증시=지난 13일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850) 돌파에 실패한 이후 심해졌다.

미국에서 반도체경기 정점 논란이 일면서 대표적 반도체주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폭락→외국인 삼성전자 순매도→삼성전자 폭락→종합주가지수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과 27일 현재 주가를 비교해면 더욱 확연해진다.

이 기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8.35%,삼성전자 18.45%,종합주가지수는 13.34%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동조화에 이어 28일엔 정보통신주마저 동반급락해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무참히 붕괴됐다.

27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노키아와 월드컴이 각각 26.00% 12.2%나 폭락한 것을 비롯해 모토로라,에릭슨 등 통신주가 급락한 충격탓에 SK텔레콤이 12.81%,데이콤이 9.20% 떨어졌다.

미국 통신주 급락에 놀란 외국인이 SK텔레콤과 데이콤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유럽기업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노키아의 경우 지난 3·4분기 실적저조 발표가 미국기업인 월드컴은 성장세 둔화 우려가 미국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세를 불러냈다.

결국 미국 시장내 상장사들의 실적발표및 전망→미국 투자자 심리자극→미국 주가등락→외국인 국내 관련주 매수 또는 매도→종합주가지수 등락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계 경기를 이끌고 있는 이들 업체의 실적과 성장둔화세가 곧 한국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외국인의 불안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악화된 국내 수급사정과 현대 문제=수익률 저하,펀드매니저 작전개입 등으로 신뢰를 잃은 투신사가 시중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해 수급사정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수요세력인 투신사가 주식을 사주지 못하자 외국인의 대량 매물이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개미군단이 사자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저금리에 힘입어 당초 기대됐던 유동성 장세도 이미 강을 건너가 버렸다.

◆반등의 모멘텀은 없는가=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전병서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이나 국내 시장이나 상승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며 "비수기인 7월말∼8월초를 지나 8월중순부터 국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하나의 반등 모멘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