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주가 부활하는가.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증시에서 첨단기술주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상승날개를 달자 "기술주 붐"이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주들어 월가에서는 첨단주 불씨가 되살아나는 기미가 역력하다.

세계 첨단주의 향배를 쥐고 있는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2개월여만에 다시 4,000선을 회복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증시와 일본 등 아시아증시에서도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 첨단주 부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월가의 증시전문가들은 첨단기술주의 반등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캔터 피츠제럴드사의 수석분석가인 윌리엄 미한은 "첨단기술주의 상승엔진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라고 전했다.

우선 첨단기술업체들의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내셔널세미컨덕터, 마이크론일렉트로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을 비롯, 오라클 더블클릭 등 인터넷업체들의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반면 프록터앤드갬블(P&G) 하니웰 제네럴모터스(GM) 등 전통적인 구경제업체들의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첨단기술주의 거품우려로 등을 돌렸던 증시자금이 다시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작년말과 올해초의 "신강구약(新强舊弱) 주가 현상"이 재연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뚜렷한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첨단기술주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 경제의 장기호황을 이끌었던 왕성한 소비붐이 주춤해지면서 곧바로 구경제 종목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미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IT 업종은 금리인상및 경기둔화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메릴린치는 "미경제에서 차지하는 IT산업 비중이 앞으로 2년간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기술업종의 경영실적은 좋은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생산성이 1.4분기에 3.6% 높아지는 등 여전히 괄목할만한 향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도 최근 "생산성 향상은 경기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므로 금새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 기술주의 장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생산성향상이 지속되는한 첨단기술업체들의 수익은 증가폭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커머스뱅크의 펀드매니저 조 윌리엄스는 "이같은 요인들이 최근 투자자들로 하여금 구경제보다 신경제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경계의 목소리도 살아 있다.

미 증시가 아직 불안정한 양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주식거래량도 연초에 비해 20~30%나 줄어든 상태이고 장중의 주가 등락폭도 심한 편이다.

와코비아증권의 기술주분석가인 리키 해링턴은 "첨단기술주가가 상승궤도에 안착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경제가 구경제보다 경기둔화에 따른 타격이 적다고 해서 "신경제 강세-구경제 약세"라는 연초의 양극화 현상이 재연될 것이라고 확신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드레이퍼스의 펀드매니저인 래리 롤러도 "첨단기술주의 상당수는 여전히 실적에 비해 고평가된 상태여서 주가추이 뿐아니라 미경제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