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간의 역학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對)한반도전략은 일대 변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북한의 핵무기및 미사일개발문제에 대해 북한측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이 한반도의 상황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 그에따른 향후 대응방식이 어떻게 바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와관련, 본사의 양봉진 워싱턴특파원은 16일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북한을 15차례나 방문한 조엘 위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 한반도문제에 관한한 독보적 권위를 누리고 있는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와 "포스트(post)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긴급대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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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한은 무엇을 얻었다고 보는가.

<> 조엘 위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은 여유를 갖게 됐다.

과거에는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틀을 벗어던짐으로써 그만큼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됐다고 볼수 있다.

우선 경협에 적극적인 남한을 카드로 활용할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과는 전후배상협상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또 근 10년간 관계가 소원했던 러시아와 중국을 지원자로 끌어들일수 있게 됐다.

- 미국의 독점적 지위가 상실된 것은 미국으로서는 득이 아닌가.

<>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 러시아나 중국까지 무대에 끼어들면 문제해결이 복잡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십분 활용하려 할것이다.

결국 미국이 뭔가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는 한 북한은 예전처럼 쉽사리 달려들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최근의 상황변화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수긍키 어렵다.

미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역의 긴장완화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 문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득이다.

- 현 상황에서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 위트 위원 =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곧 해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고 남북정상회담과는 무관한 것이다.

미국이 새로운 전략이나 접근방식을 채택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미국은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동안 미국이 추구해온 페리 전 국방장관의 접근방식과 남북정상회담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 위트 위원 = 페리의 접근방식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게 하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그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 파장에 비추어 볼때 이미 페리보고서는 그 의미가 상실됐으며 "역사적 유물 (outdated)"에 불과하다.

-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국민들의 기대가 부풀려져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 = 이산가족문제는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경협과 통일은 정말 힘든 과정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외교전선에서 적극적인 것과 북한주민 사회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얘기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참담한 상황에 처한 북한경제를 살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고 이를 풀어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성급한 기대는 절대 금물이다.

- 김정일이 정말 서울에 오리라고 보는가.

<> 릴리 전 대사 = "적절한 시기에"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생중계된 TV화면은 북한의 여과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 갔던 기자들이 서울로 돌아온 후 평양 현지에서 송출할 수 없었던 것을 어떻게 쏟아놓는가를 김정일은 주시할 것이다.

또 북한에는 기자들이 50명밖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모든 미디어에 노출되게 된다.

김정일은 이를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후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본다.

- 남북공동선언문에는 "자주적"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 릴리 전 대사 =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과정에서도 미국이야말로 좋지 않은 적국임을 선전하느라 바빴다.

분단과 6.25전쟁 광주항쟁 노근리사건 등은 모두 미국 때문이라는 선전을 하느라 바빴다.

주한미군문제를 연상시키기 위해 북한이 이 단어를 합의문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으리라는 유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군철수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차원에서는 한국 중국은 물론 심지어 북한조차도 미군을 이 지역의 안전장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 한국은 이제 겨우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북한의 인프라구축 등을 위해 외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는가.

<> 위트 위원 = 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외자유치를 위해 남한이 보증을 선다는 안을 내놓고 있으나 보증이 보증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려면 남한경제가 보다 탄탄한 경제라는 인식을 해외투자자들에게 먼저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 경협도 자체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 일본의 전후배상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이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보는가.

<> 스타인버그 교수 = 일본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미사일 위협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미사일 위협 해소를 위한 긍정적 사태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본도 전후배상과 수교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긴장완화가 미국이 구축하려는 미사일 방어망(NMD)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 릴리 대사 = 이른바 깡패국가(rogue)로 분류되는 국가가 북한만은 아니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는 리비아와 이란 파키스탄도 깡패국가다.

NMD는 사실상 북한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형 미사일과 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NMD에 영향을 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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