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작성하고 서울로 돌아온 15일 주식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8.32포인트 하락했다.

신데탕트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경협 주가"가 날개를 펼 것이란 기대는 개장초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건설 무역 등 경협 관련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수급의 버팀목이 돼줬던 외국인도 짙은 관망세로 돌변했다.

한반도에서 무르익는 신데탕트는 증시에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인가.

외국인들은 본격적인 매도우위로 돌아설 것인가.

투자자들은 좀체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심리 속에 감춰져있던 잠재 악재들이 고개를 내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따라 정부가 금융구조조정과 중견기업 유동성문제 등 "봉합상태"에 있던 악재들을 서둘러 "수술"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시장의 안정기조 위에서만 본격적인 상승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공동선언의 파장=남북공동선언은 우선 우리경제의 컨츠리리스크(국가위험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외평채의 가산금리가 내려가는 등 뒤이은 연쇄효과도 적지않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의 반응을 싸늘하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반도의 데탕트는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됐다고 본다"며 "실무협의과정에서 이중과세방지협정과 투자보장협정 등이 체결되면 상황은 달리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국자간 실무협의가 진행되면서 경협은 수시로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외국인 움직임=김 대통령의 방북기간중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사뭇 달라졌다.

12일까지 9일 연속 대규모 순매수행진을 벌여오던 외국인들이 13일 순매수 규모를 3백5억원으로 줄어더니 14일은 78억원 매도우위,15일에는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다가 5백80억원의 매수우위를 지켰다.

잔뜩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해석은 두가지다.

첫째는 그동안의 편식에 대해 숨을 고르고 있다는 것.

차익매물도 뒤따랐다.

두번째는 세계 주식시장의 이상기후론이다.

미국의 경기둔화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란 신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미국 증시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펀드 등이 IT주식에 대한 매수세를 줄이는 모습이다.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텔레콤 등 IT주식을 살만큼 샀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수급과 금융구조조정 진행상황 등을 보며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향후 재료와 투자전략=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남북공동선언이 추상적인 단계를 벗어나 구체화되는 상황이 돼야만 추가적인 증시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투신,30일 은행로 예정된 부실규모 발표도 분수령이다.

다음달부터는 채권싯가평가가 이뤄진다.

주식시장이 넘어야 할 고개다.

황 팀장은 "일단 조정장세로 들어선 게 분명하다"며 "다음주초까지 지지선을 확인하면서 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잠시 쉬거나 대형 우량주를 분할매수하는 매매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