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3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김 위원장이 "젊은 내가 가는게 좋다"라는 뜻을 전해와 당초 김 위원장 집무실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바뀌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2시57분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하자 두 정상은 잠시 환담을 가진후 즉각 회담에 돌입, 2시간20분 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회의가 길어지자 "휴식을 갖는게 좋겠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45분간 휴식을 가졌으며 이후 6시5분 다시 회담을 재개했고 45분만에 회담을 끝냈다.

이날 회담에는 남측에서 황원탁 외교안보수석과 임동원 대통령특보,이기호 경제수석이 배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용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만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잠바와 선글라스를 벗고 인민복에 깔끔한 금테 안경을 쓰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회담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고 말해 여유를 보였으며 북한에서 금기시하는 "탈북자", "한국식"이란 표현을 쓰는 등 파격적인 말도 했다.

다음은 두 정상의 환담 내용.

<> 김 위원장 =오늘 피곤하지 않으셨습니까.

<> 김 대통령 =괜챦습니다.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 위원장 =약속한 대로 찾아뵙는게 좋습니다.

암만 대우 잘해도 제집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김 위원장 =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긴장되게 했습니다.

<> 김 대통령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공연도 보고.

<> 김 위원장 =잠자리는 편하셨습니까.

<> 김 대통령 =(편안하게 잘 지냅니다) 잘자고 옥류관에서 냉면도 먹고 왔습니다.

<> 김 위원장 =해장에 냉면을 급하게 잡수시면 원래 국수가 맛이 없어집니다.

앞으로 시간을 여유를 좀 많이 가지시고 천천히 잡수십시오.

<> 김 대통령 =네.(웃음)

<> 김 위원장 =지금 평양시민들은 대단히 흥분상태에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용단을 내려 이렇게 직접 방문해 주시니.

(김 대통령을) 뜨겁게 맞이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인사가 제대로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 대통령 =과분하게 환대해 주신데 대해 감사합니다.

위원장께서 직접 공항에 마중나오시고 한 것을 남쪽에서도 보고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 김 위원장 =저도 어제 밤늦게까지 TV나 방송을 봤는데 남쪽 인민들도 아마 다 환영의 분위기고.

특히 실향민, 탈북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번 기회에 평양가는 길이 더 빨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말을 하는데.(옆에 앉은 김용순 위원장에게) 실제로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니까.

<> 김 대통령 =(프레스센터에) 외국 기자들도 수백명이 모이고(기자들이) 천여명이 모두 기립박수하고 그랬답니다.

우리가 공항에서 악수할 때.

<> 김 위원장 =제가 무슨 큰 존재라도 됩니까.

(공항간 것은) 인사로 한 것 뿐인데.

그리고 아마 적들은...

외신들...

아마 구라파 사람들은 자꾸 뭐라 그러냐면.

왜 은둔생활 하나.

처음 나타났다고 하면서 은둔생활 청산하라고 그럽니다.(김 대통령 웃음).

나는 그전에도 중국, 인도네시아도 비공개로 갔었는데 나보고 은둔생활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
(전원 웃음) 그런말 들어도 좋아요.

뭐 모르게 했으니까.(전원 웃음)

<> 김 위원장 =식반찬이나 뭐 불편한것 없나요.

<> 김 대통령 =예.

음식이 참 맛있습니다.

<> 김 위원장 =지금(지난번에) 중국갔더니 김치가 나오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서 남쪽 사람들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서)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가 없어요.

남조선 김치는 좀 짜고 북조선김치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