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일행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15일 서울로 돌아온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측의 적극적인 자세전환으로 긴장완화와 상호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총리급 남북회담이 열려 경협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개방노선을 취하고 있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민간차원에서 추진되던 경협을 당국차원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경협이 보다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앞으로 남북관계와 남북경협에 미칠 영향에 대해 14일 오후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 ]

<> 유한수 < 전경련 전무 >
<> 이영선 < 연세대 교수/경제학 >
<> 정영태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 최경환 < 한경전문위원/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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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위원(사회) =남북한 정상이 분단 55년만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장시간 흉금을 터놓고 대화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우선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의 의미를 먼저 짚어보자.

<> 정영태 실장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정부는 만남 그 자체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작더라도 실천가능한 협력방안을 찾아내자는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으로 김 대통령을 직접 영접 나오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남북교류협력이 잘 풀려 나갈 것이란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김 위원장 스스로 "현실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쨌든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 유한수 전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맞은 것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됐던 그가 상당히 이미지를 개선한 셈이다.

때문에 이런 이미지 충격을 어떻게 소화해내야 할지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너무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실리를 따지지 않았다가는 자칫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걸 명심해야 한다.

<> 이영선 교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태도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하고 싶다.

북한도 이제 남한과 화해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정권의 기반강화를 위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하나의 이벤트로 이용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태도는 적대적 남북한 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진하는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싶다.

<> 최 위원 =14일 남북정상회담에선 남북한 화해와 통일,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이산가족상봉, 경제 사회 문화부문 교류협력문제가 논의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성과가 적지 않았다.

이같은 성과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 이 교수 =그렇다.

우선 남북정상이 55년만에 직접 만난 것은 한반도에 팽배한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국내 경제에도 플러스 영향을 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 정상간 후속 회담이 성사되느냐의 문제다.

앞으로도 남북 정상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틀이 마련된다면 미래는 밝다고 본다.

<> 정 실장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남북한 정상이 논의한 것도 중요한 성과중 하나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인 이슈로 생각해 왔던 북한이 이 문제를 남한측과 논의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 생사확인 등 초보적인 문제들부터 풀어나간다면 이것은 북한을 더욱 개방의 길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교류와 협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유 전문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다르다.

이산가족 문제는 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 다분히 감정적인 사안이다.

이 문제가 남북한간 다른 모든 문제에 우선하는건 아니라고 본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남북한간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6.25 남침문제라든가 미사일 핵문제 등을 남북한이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자칫 이같은 근본 문제들을 무시하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 정 실장 =원칙적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 대화창구를 열고 교류 협력을 확대하려면 우선 실현 가능한 것부터 성사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합의해 나가면서 안전보장이나 평화체제 구축 등을 이뤄 나가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북한이 응해줄 수 있는 손쉬운 사안중 하나다.

<> 최 위원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은 어떻게 진전될지에 대해 전망해 달라.

또 북한과 서방간의 관계개선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자.

<> 유 전무 =그동안 대북경협은 정부의 묵시적 동의 아래 기업들이 각개약진식으로 벌여 왔다.

때문에 분야별 독점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경협이 공식화되면 경쟁체제가 될 것으로 본다.

또 투자보장협정 등이 마련되면 단순 임가공에서 투자형태의 북한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도 북한시장을 독점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외국 기업들가 협력해 북한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성과를 더욱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이 교수 =남북정상회담은 과거 산발적인 경제교류에서 앞으론 제도적 경제협력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환경변화다.

북한으로서도 악화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중소기업들이 설비와 기술을 북한에 이전,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상당한 경제협력이 기대된다.

<> 정 실장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대서방 협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북한이 제도적으로 경제협력을 한다는 것은 한국이 북한을 묵시적으로 보증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때문에 북한의 대미 대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고 경제개방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

<> 최 위원 =앞으로 확대될 남북경협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한때 경협과 이산가족문제를 연계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내에서도 혼선이 있었는데.

<> 유 전무 =기본적으로 남북경협과 이산가족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만에 하나 이산가족 문제 때문에 경협을 희생하라고 한다면 말이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 이 교수 =이산가족 문제와 남북경협을 연계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 경제문제와 연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얘기가 다르다.

북한에서 심각한 결핵환자를 위해 의약품을 지원하는 문제 등은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차원의 경제협력과는 연계시키기 곤란한 문제다.

또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해선 우리가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여러가지 여건상 북한에서 SOC 투자 붐이 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경협도 실현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정 실장 =물론 정책이나 원칙 차원에서 경협과 이산가족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실제 협상에선 여러가지 문제를 함께 연계해 논의할 수 있다.

그건 협상의 기본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문제다.

소위 정경분리 원칙을 지속해야 남북한간 경제협력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컨대 동해안 잠수정 사건 같이 것이 터지면 경협에서의 모든 진전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 최 위원 =마지막으로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면.

<> 유 전무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실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수행한 기업인들에게 북한 당국은 회사 소개서는 물론 명함도 가져오지 말라고 주문했다.

협력 대상은 만나게 해주겠지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가져오지 말란 얘기였다.

이런 점에서 경제교류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걸 느꼈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이번 방북때 북한의 실질적인 대화창구를 확인하는 것만도 성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가 대북 경협에 관한 한 북한측 창구를 확실히 단일화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정 실장 =너무 지나친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는 버리고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이뤄 나가는 인내가 긴요하다.

또 기업들도 너무 정부에 의존한 대북사업을 벌이려 해선 안된다.

정부에 기대다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경협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 이 교수 =일단 남북경협 활성화의 계기는 마련된 만큼 제도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북한에도 너무 큰 기대감을 줘선 안된다.

경제문제는 인내를 갖고 타협해서 풀어나가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도 있다.

우선 차분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분야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차병석.길덕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