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의 등식이 변하고 있다.

정상회담과정을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노선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따라 다니던 고정관념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북미관계의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우선 94년의 제네바 핵합의 이행문제와 미사일개발 및 수출문제는 미국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이다.

이 두 문제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 <>북한 고위급인사의 방미문제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완화 <>테러지원국 해제문제 <>마약 및 위조지폐 생산과 밀거래 중단 등이다.

현재 미국을 필적할 세력은 지구촌에 없다.

하지만 북미관계 특히 핵과 미사일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그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제네바 핵합의는 미국이 주도했다.

하지만 이도 결국 북한이 선택권을 행사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가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여겨왔다.

제네바핵합의, 북미회담 등을 통해 자주 만나다 보면 대미수교의 문이 그만큼 커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유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챙긴 소득은 노력에 비해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 이곳의 평가다.

반면 남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신뢰감을 축적함과 동시에 챙긴 소득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의 소떼방북을 시작으로 정상회담까지 받아들였다.

이탈리아 필리핀 호주와의 수교 또한 쉽게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지원이 큰 몫을 했다.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을 북한으로 불러들였다.

일본과는 전후배상문제를 공식 거론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

정상회담전 중국을 방문, 기존혈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주도면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관심이 종래의 미국일변도에서 남한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기타 세계로 다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중요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같은 변화에 미국이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향후 북미관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http://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