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는 사뭇 극적인 장면이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대통령전용기 트랩 아래에서 직접 영접한 것이다.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었지만 주가는 "경천동지할 일"이 아니면 전혀 감동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주가는 41.36포인트(4.88%)나 급락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악재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투신사가 오랜만에 소폭의 순매수로 돌아서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호재가 노출된데다 그동안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론이 작용한 탓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날의 급락은 단기조정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들은 당분간 주가는 800대초반에서 등락하다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며 상승세로 돌아설 계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왜 급락했나=그동안 증시를 지배했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강력한 호재가 노출되면서 관망세가 확산됐다.

종합주가지수 기준으로 30%이상 단기급등한데 대한 경계감도 한몫 거들었다.

전날 미국증시의 하락도 투자심리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하루 2천억원 안팎씩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순매수 규모를 3백억원대로 줄이자 금단현상도 나타났다.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단기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한데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재료가 가시화된 것이 따라 특별한 악재가 없었음에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 재료는 완전 소멸됐나=과거의 경우에도 남북관련 호재가 노출된 날은 주가가 떨어진 날이 더 많았다.

지난 1994년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됐던 날도 주가는 7.43포인트 하락했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지난 1998년에도 주가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형호재가 터지기 전에 주가는 이미 재료를 반영하기 때문에 막상 호재가 발생하는 날은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정상회담이후이다.

과거에도 남북관련 호재가 발생한 날 주가가 빠질 경우 그 다음은 상당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대로 호재가 나온 당일 주가가 오르면 다음날은 하락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로미뤄 앞으로 추가상승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방문 확정이나 군비축소에 관한 합의 등이 이뤄질 경우 다시 한번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정상회담이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장득수 신영증권 조사부장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재료가 나오느냐에 따라 단기조정국면이 의외로 짧아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가전망=정상회담이 만나는 것 자체로 의미를 찾은채 끝나면 단기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이사는 "기술적으로 과열조짐이 나타난데다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등 감춰졌던 악재가 드러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790선을 지지선으로 단기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호 한빛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그러나 "투신사가 소규모이긴 하지만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투신사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된 만큼 이달하순부터는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조정은 짧게 끝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