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재계 차례다"

기업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점검하면서 본격적인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경협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통신 및 인력교류,투장보장협정체결 등의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전향적인 해결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현대를 비롯,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대북사업 여건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본격 투자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성급하게 대북투자를 마구잡이식으로 서두르기보다는 북한 지역 특성에 맞는 업종별 투자전략이 긴요하다고 지적하고있다.

재계는 관광 항공 물류분의 경우 일본 중국 러시아를 연계하는 장기 투자전략도 구상중이다.

<>빨라지는 재계 행보 =주요 기업의 인사들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을 필두로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이달말부터 방북길에 올라 남북경협의 후속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는 당초 정주영 명예회장과 김정일 총비서의 면담을 통해 통천경공업단지 조성과 관광위락시설 착공 문제,서해안공단 부지 선정 등을 일괄 타결짓기 위해 정 전 명예회장의 방북을 추진해오다 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시기를 연기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빠른 시일내 방북해 50만평 규모의 전자단지를 남포와 해주일대에 조성하는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이번에 평양에 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실향민 기업인들로 구성된 고향투자협의회 소속 기업인들의 방북을 추진하다 늦춘 만큼 조만간 이들의 방북을 재추진키로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경우 각 조합 이사장 등으로 구성된 중소기업방북조사단이 다음달중 방북,경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경협에서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위해 개별 기업체들의 창구 역할을 하기로 하는 등 경협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다원화되는 경협구도 =대북사업이 한 개 기업의 독주형태에서 업종별 협력 컨소시엄 형태로 다원화되면서 참여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급진전이 예상되는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경우 현대의 프리미엄을 감안해 현대건설이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를 맡고 대우 LG 동아건설 대림산업 등이 공동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종은 쌍용이,섬유업종은 코오롱이 시장선점을 꾀하는 등 다른 분야의 경협에선 여러 대기업이 고르게 참여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추진중인 컬러TV 등 전자제품 생산의 경우 대기업의 조립생산인과 중소기업의 부품공급이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재계는 밝혔다.

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공단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이 여기에 진출하면 기업의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어 대북진출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지역 특성에 맞는 투자전략 =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동해안의 경우 중화학공업 지구로서 지하자원이 풍부한 만큼 지하자원 개발과 중화학 공업의 유망협력 지구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원산(조선 비철금속) 함흥(비료 화학 섬유 전기전자) 김책(철강) 청진(기계 화학) 등의 유망업종을 제시했다.

해주 개성 등 서해안은 서울 수도권을 염두에 둔 농수산 식료품 생산과 가공,경공업이 유망업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이같은 특성에 따라 대북사업을 속속 추진중이다.

현대는 현안인 서해안공단 조성외에 경의선 복원사업과 금강산 철도(가칭) 건설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삼성은 북한의 남포와 해주일대에 50만평 규모로 수원전자단지와 비슷한 대규모 전자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LG는 전자.화학분야의 물류단지를 비무장지대안에 조성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녹십자는 2년전 평양에 지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본격 가동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