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두에게 커다란 시험대다.

김 대통령에게는 30년 넘게 준비해온 통일론의 시험무대요, 김 국방위원장에겐 경제재건과 국제무대로의 진출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 때문이다.

따라서 두 정상은 각기 축적한 모든 역량을 회담에 쏟아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살아온 길은 대조적이다.

김 대통령이 맨땅에서 출발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정상에 오른 자수성가형인데 비해 김 국방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의 권력을 업고 탄탄대로를 걸어온 ''상속형''이다.

김 대통령이 군사독재하에서 투옥, 테러, 연금, 사형선고 등의 험로를 걸어온 반면 김 국방위원장은 20대 초반에 정계에 입문, 일찌감치 후계자 코스를 밟았다.

언어습관도 많이 다르다.

김 대통령은 말의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형이며 대중에 친숙하다.

김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가려진 부분이 많지만 말투가 빠르고 달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말 장쩌민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에도 통역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 빨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통점도 적지 않다.

두 사람 모두 두뇌회전이 빠르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지난달말 북.중 정상회담때 배석했던 탕자쉬앤 중국 외교부장은 "두뇌회전이 빨랐고 사물에 대한 반응도 민첩했으며 목소리도 우렁찼다"고 전했다.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유머를 섞어 대화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점도 비슷하다.

김 대통령은 기억력이 비상한데다 스스로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긴다.

중요한 연설문은 직접 고치고 또 고쳐가며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전국을 누비며 현지지도를 할 만큼 일에 열성적이다.

그를 여러 차례 만난 박경윤 금강산 국제그룹 회장은 "열정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