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신탁이 유동성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발신탁을 비롯해 신탁상품들의 만기는 한달에 수조원씩 계속 돌아오는데 새로 유입되는 자금은 크게 줄고 운용자산중 대우채권, 워크아웃기업채권과 같이 팔리지 않는 부실채권이 늘어나 고객들에게 내줄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부실자산을 담보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지만 비용문제 등이 만만치 않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같은 은행내 고유계정에 이자를 물면서 부족한 돈을 빌려와 고객에게 돈을 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부실자산 증가가 유동성 부족 원인 =은행들은 지난해말 대우사태등으로 인해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이 급감할 것을 우려, 이들 상품에 편입돼 있던 대우채권, 워크아웃기업채권, 리스채권 등의 부실자산을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개발신탁으로 옮겼다.

자연히 개발신탁에는 부실자산이 많다.

개발신탁은 지난해초부터 신규수탁이 중지된 상품으로 펀드에 새로 유입되는 자금이 없다.

고객들이 만기가 돼서 돈을 찾으러 올 경우 있는 자산을 처분해 원금과 확정이자를 돌려줘야 하는데 부실자산이라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있으니 내줄 돈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 은행들의 요청에 따라 유동성부족에 대비, 신탁계정의 은행계정 차입을 허용해 줬다.

5월말 현재 11개 은행의 신탁계정이 고유계정에서 차입한 금액은 3조4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합병으로 인해 신탁규모가 늘어난 한빛은행이 9천2백억원으로 가장 많다.

외환 5천81억원, 조흥 4천50억원, 신한 3천1백81억원, 기업 2천6백30억원, 주택 2천4백23억원, 국민 2천1백90억원, 산업 7백49억원, 평화 5백억원 등이다.

한미와 하나은행은 아직까지 고유계정 차입을 일으키지 않고 있으나 각각 하반기에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개발신탁은 10조원에 달해 신탁계정의 고유계정 차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실여신과 워크아웃채권 등의 부실자산뿐 아니라 잠재적인 무수익성 자산도 은행신탁의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은 대우사태로 인해 수익증권에 투자해둔 돈을 환매받지 못한데다 한아름종금의 발행어음에 3조원이 묶여 있는 등 받아야할 돈도 못받고 있는 처지다.

은행예금이 예금자보호제도를 믿고 무리한 고금리 수신경쟁을 하다보니 투자형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 문제점과 대책 =당장의 신탁 유동성문제는 개발신탁에서 불거지고 있지만 부실자산의 증가는 실적배당상품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결국 신탁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탁고 감소를 가속시킨다.

97년 2백조원에 육박하던 신탁수탁고는 개발신탁 만기자금 이탈 등으로 5월말 현재 98조7천억원으로 축소됐다.

1백억원이상 빠져 나간 것이다.

투신사와 함께 주식과 채권시장의 주요 매수기반인 은행신탁이 위축되면서 시장기반 악화,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 등이 우려되고 있다.

신탁계정이 기업에 대한 대출기능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을 짧게 굴리면서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 신탁계정이 수신능력을 회복하고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날수 있기 위해선 투신사들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을 끌어들일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상품들을 빨리 허용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탁기간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시켜 주고 중도해지수수료율과 자산운용비율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이밖에 유가증권매매차익 비과세, 증권거래세 면제, 분리과세선택형 신탁상품 허용, 장기주식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에 대한 세제혜택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