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최근의 주가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중 하나로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공세를 들었다.

지난달 주가가 폭락했던 이른바 "블랙먼데이" 때도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관투자가들엔 따가운 주문이면서 한편으론 "무책임한" 요구로 비쳐질 수 있다.

이 장관은 22일 증권사 사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동향이 관심을 끌게 됐다.

이날 오전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뒤 KBS-TV 일요정책진단 프로그램 녹화를 마친 이 장관을 단독으로 만났다.

-시장에서는 증시안정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다.

조만간 발표할 대책이 있나.

"단기대책은 없다.

공무원들이 기관들에 전화를 걸어 주식매수를 권유하는 구시대적 행태는 시장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설사 그렇게 하라고 해도 기관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중장기적이고 제도적인 대책이다.

다음주초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대책을 숙의할 것이다"

-오늘 보도자료를 통해 증시 수급물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는데.

"무분별한 유상증자를 막겠다는 뜻이다.

주주들이 수권자본금을 늘려주고 회사는 수시로 증자하면 자본계정만 비대칭적으로 늘어나 주당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주식수도 많아지니 주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자본금 규모는 기업의 수준에 맞게 적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증자를 막기 위해 우선 상장사협의회 등 민간협의기구의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금융감독원 등에서도 나설 것이다"

-지난달 "블랙먼데이" 때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외국인들은 별로 안파는데 국내 기관들만 투매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외국인들만 돈을 벌고 국내 투자자들은 손해보게 된다.

거시경제 상황이 양호하고 기업들의 내재가치가 좋은 만큼 구조개혁이 가시화하고 투자심리가 안정될 경우 주식시장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다.

이런 투매장세에서 외국인들은 기관들이 쏟아붓는 주식들중 괜찮은 것들을 차곡차곡 사들일 것이다.

1~2주 후면 20~30%의 수익률은 챙길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진정으로 고객들의 수익률을 중시한다면 지금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지금은 연 5%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서라도 나서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시장금리도 싸지 않은가"

-투신사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증시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도 주가하락의 이유중 하나다.

신뢰회복을 위해 투신사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생각은 없나.

"투신사 구조조정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한투와 대투의 경우 고객신탁자산에 부실자산이 전혀 없다.

펀드클린화가 1백% 완료됐다는 얘기다.

고객들은 안심하고 투자해도 된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고객들의 펀드에 있던 부실채권을 떠안은 고유계정(추후 증권사로 분리)을 처리하는 것 뿐이다.

투입키로 한 공적자금을 넣어 주고 증권.투신사로 분리한 뒤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것 뿐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