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3일 발표한 현대투신 경영정상화 내용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정몽헌 회장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 현물출자와 현대전자 등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키로 한 것이다.

정 회장의 현물출자는 현대가 그동안 난색을 표명해 왔던 사재출연 에 대한 정부의 압력수위가 청와대 선으로 높아지자 버티지 못하고 수용한 결과인 셈이다.

현대전자와 현대상선 등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키로 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절반 이상인 이사회의 승인이 만만치 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소액주주들의 반대여론도 거셀 것으로 예상돼 현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온 대책은 현투가 자기자본 부족액 1조2천억원을 넘는 1조9천억원을 자체 조달하겠다는 자구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현대로서는 현투 경영정상화에 강한 의지와 성의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현투의 자구책 =우선 외자유치로 2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은 해외파트너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어 오는 10-11월까지 2천억원은 거뜬히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투는 또 지난해 대우채손실 등 1조원 이상의 손실을 안고서도 4천1백3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점을 들어 올해 4천억원의 순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5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매된 공사채형 수익증권이 4월말현재 1조원에 달해 올해중 6천억원 이상은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유하고 있는 현대투신운용회사 지분 70%를 연내에 매각하면 추가로 7천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오는 2002년 코스닥시장 등록이후 일반공모로 유상증자를 실시, 4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 비상장 계열사 주식가치는 얼마 =또 다른 관심은 현물출자 또는 담보로 제공될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가치가 얼마나 될 것인지다.

정몽헌 회장이 갖고 있는 비상장사 주식은 오는 6월과 8-9월께 각각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인 현대정보기술(9천8백16주)과 현대택배(1백77만3천3백31주) 등 2개사 주식 1백78만3천여주에 이른다.

현대는 현대정보기술 주식이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4만5천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어 코스닥등록이후 주당 가격이 9만9천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택배도 택배업이 인터넷붐을 타고 전자상거래의 수송망으로 각광받는 점을 감안할 때 코스닥시장에서 주당 4만9천5백원은 가능할 것으로 현대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 회장의 보유주식 장부가는 89억1천5백73만원이지만 앞으로 주식가치가 8백90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현대는 기대하고 있다.

이들 2개사 외에 현대전자 등이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출할 대상인 현대오토넷은 현재 자본금은 8백억원이지만 앞으로 기업가치는 1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현대는 분석하고 있다.

<> 남은 과제 =현대는 이번 발표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그룹 총수의 사재가 많지 않은데다 주식시장 상황과 상장사 소액투자자들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상장사 주식 현물출자 및 담보제공은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재수 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정 회장이 결단을 내려 정주영 명예회장에 보고하고 정몽구 자동차회장과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로 현투의 자기자본부족 해결책이 나온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3조2천억원의 연계차입금 상환문제다.

현대는 정부가 오는 2002년말로 시한을 연장해 주면 자체 계획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연말까지 해소해야할 경우 2조원 정도의 장기 자금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