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700대로 주저앉으면서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기업 자금조달 창구인 증시가 주가하락으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하락으로 기업이 겪는 고통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유상증자 실패 가능성이 커지며 유상증자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모집자금 규모가 줄어들수 밖에 없다.

둘째 주주들이 합병 영업양도 등 기업 구조조정때 매수청구권을 행상해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수도 있다.

셋째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못해 기업들에는 원리금 상환 압박이 가해진다.

<> 유상증자 애로 =대우증권은 지난달 2천1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려 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5천원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4천원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우리사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주가 청약을 포기했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권주 공모도 외면당했다.

오는 8~9일이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일인 동원증권도 대규모 실권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유상신주 발행가액은 1만5천5백원으로 예정돼 있지만 주가는 1만1천1백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유상신주 발행가액을 상당히 낮출수 밖에 없으며 이에따라 자금조달 규모 감소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당수 상장회사가 설비투자 자금조달을 위해 증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시기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구조조정 어려움 =일진전기는 계열사인 일진전선을 흡수합병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주당 3천3백99원(액면가 5백원)에 사 주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2천5백70원으로 매입예정가(매수청구권 가격)을 크게 밑돌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상당할 전망이다.

증권예탁원 관계자는 "통상 싯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면 대부분의 일반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화이마테크를 흡수합병키로 한 태경산업도 같은 처지다.

매수청구권 가격(1천3백44원)에 비해 주가(1천2백45원)가 낮은 상태다.

대기업중 SK상사와 삼성물산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현재 주가가 매수청구권 가격을 약간 밑돌지만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매수청구권이 대거 행사될 가능성이 높다.

매수청구권 행사가 많으면 기업이 일시에 대규모 자금을 주주들에게 내주어야 하며 향후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 전환사채 원리금 상환 부담 =금호산업은 지난 97년 4백9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전환가액은 8천6백33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2천5백85원으로 전환가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채권 형태로 유지하는게 이득이어서 만기까지 들고갈 것이 확실시된다.

금호산업은 만기때 원리금 마련을 위해 또다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돌아오는 전환사채중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금액은 5천억원을 웃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주가가 연초와 같은 수준만 유지한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부담이 2천억원 밑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