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투신사는 뭐하는 x들이냐"

주가가 지난 17일의 급락에서 급등으로 돌아선 18일과 19일,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전화를 해왔다.

주가가 급락한 17일에는 2천4백40억원어치나 사더니만 18일과 19일엔 무더기로 내다판 투신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증시안정을 위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순매도로 돌아선다면 시장을 깨겠다는 것이냐"는 항의도 잊지 않았다.

맞는 말이다.

투신사는 급.등락장세를 활용,단기수익을 챙기는데 급급한 인상이다.

특히 지난 17일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증시폭락에 대한 기관책임론"까지 거론한 상황이다.

대형 투신사들도 이에 호응,현 지수대에서 8천억~1조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놓고도 하루만에 "나 몰라라"는 식으로 주식을 팔았으니 투자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투신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인만큼 이익실현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호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투신사도 할 말은 많다.

한 펀드매니저의 말을 빌리면 "현 경제여건상 종합주가지수 800 이하에서는 무조건 주식을 사고 싶지만 지속되는 환매로 인해 매수할 돈이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총선전 이틀동안 주식을 사도록 반강제적으로 다그친데 이어 다시 기관책임론을 바탕으로 매수압력을 넣고 있으니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라는게 투신사의 항변이다.

물론 정부가 이날 내놓은 증시대책은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다.

기관들에 주먹다짐식으로 무조건 주식을 사라는 주문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주식을 사지 않는 투신사를 지목해 기관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이다.

투신사의 최대 고민은 돈이 빠져나가는데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대우관련 부실채권만 해도 담보 CP(기업어음) 연계콜 보증채권 등 10조여원에 달한다.

여기에 리스채 등을 합하면 산더미같은 부실채권에 짓눌려있다.

이러다보니 아무리 신상품을 내놓아도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고,시장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증시 안정을 위해서라도 투신사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