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미국 주가폭락이 세계 증시와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극심한 국내 증시에도 큰 파장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투신, 은행권의 2차 금융구조조정 가능성, 수급불안 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와관련, 16일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손복조 대우증권 상무와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가 참석했고 한상춘 한경 전문위원이 진행을 맡았다.

<> 한상춘 전문위원 =지난 주말 미국의 다우존스 주가와 나스닥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했다.

주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7%로 당초 전망치를 훨씬 웃돌게 나타난 것도 악재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높아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FRB가 5월 중순께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짙다.

여기에다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애비 코언 등 전문가들이 수차례 경고한 것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이 이제서야 공감하기 시작, 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손복조 대우증권 상무 =첨단기술주 거품론이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투자심리도 급속도로 위축된 것 같다.

<> 한 위원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도 재귀이론을 통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과거 대공황때나 1987년 블랙먼데이와는 어떻게 다른가.

앞으로 미국 주가향방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본다.

당시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 아닌가.

<> 김 이사 =주가는 경기국면과 가장 큰 상관관계가 있다.

주가는 경기를 선행하게 마련이다.

미국 경기의 상승세가 아직 꺾이진 않은 것으로 관측돼 희망적이다.

<> 손 상무 =인터넷및 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거품론과 경계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디지털산업 발전이 가져올 미래 세상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불안감도 있지만 증시가 이런 기대감을 완전히 버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한 위원 =자산인플레적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미국 투자자들이 은행 등으로부터 빌려 투자한 차입비중을 보니 과거에 비해 높진 않은 점이 다행한 일이 아닌가.

차입된 돈도 벤처기업이나 중장기투자 상품인 뮤처얼펀드 등으로 유입됐다.

<> 김 이사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의 증가 추이가 최근 나스닥 주가의 상승추이가 비슷했던 점이 가장 주목된다.

향후 주가에 불안요소다.

자산인플레적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 한 위원 =앞으로 미국 주가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나스닥 주가가 3,000 언저리까지 추가 조정받을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한 반등의 모멘텀은 없는 것인지.

<> 손 상무 =미국의 월요일 주가 움직임이 대단히 중요하다.

패닉(심리적 공황)으로 빠져드느냐, 아니면 회복할 수 있느냐를 점칠 수 있는 시점이다.

물론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향후 나스닥주가를 2,500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조정후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 이사 =나스닥 주가는 지난해 10월께 2,000선을, 11월초에는 3,000선을 뚫어냈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던 출발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반등할 경우 직전 고점인 5,000선을 뛰어 넘어야 재상승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000선까지 회복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추세적으로 본다면 아직 본격적으로 돌아설 계기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계기가 마련돼야 하나 아직 주목할만한 게 없다.

게다가 오는 5월 중순 미국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주가엔 큰 악재일 수 밖에 없다.

<> 한 위원 =미국 주가폭락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투자 수익에 따른 ''부의 효과''가 줄어들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을텐데.

<> 손 상무 =그동안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다.

주가활황세가 미국의 소비를 활성화시켰다.

소비활성화는 다시 미국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고리가 끊어지면 미국 경제가 하드 랜딩(Hard Landing)할 수 있으며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행히 유럽이나 일본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이어서 완충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김 이사 =미국 주가폭락이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섣불리 예단할 순 없다.

시간을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 한 위원 =역시 최대 관심은 미국 주가움직임이 향후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다.

<> 김 이사 =주가흐름상 800선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97년 6월께 800선이 붕괴되고 1998년 4월엔 300선까지 허물어졌다.

지난해 5월께 800선을 다시 돌파, 올 연초 1,050선까지 상승했다.

800선이 붕괴된후 조만간 회복하지 못하면 조정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수급은 여전히 불안하다.

투신권의 환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테헤란 밸리나 발행시장에 더 관심이 많다.

이번주에도 코스닥공모주 청약으로 6조원 정도가 잠길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닥시장 등록예정기업이 줄을 서 있다.

테헤란 밸리내 벤처기업 투자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뭉칫돈이 몰려다닌다.

그쪽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정부도 정책적으로 벤처기업과 벤처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돈이 발행시장과 벤처기업으로 쏠릴수록 시장내에서 수요를 채워줄 대안이 없어지는 것이다.

<> 한 위원 =어디쯤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나.

<> 김 이사 =추가 하락한다면 750선 부근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손 상무 =대우증권은 연초부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약세전망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주가와의 동조화는 차치하고라도 주가는 기업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상장사 이익증가율은 1백20%였다.

이익증가율이 올해는 23%, 내년에는 2%로 점점 둔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주가가 지난해 10월께 정점에 올랐다가 하락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수급측면에서 3대 투신사는 지난해 15조원을 순매수했다.

올들어서는 5조~6조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대체 수요세력이 없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들어 약 6조원을 순매수했지만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 두 종목에 집중됐다.

그것도 신규 매입자금이 들어온게 아니라 대부분 다른 종목을 팔고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도 8%대는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코스닥 주가상승은 매출증가율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잣대로 설명돼 왔지만 새 패러다임은 주가가 올라갈때는 설득력을 갖지만 주가가 폭락하면 설득력을 잃게 된다.

<> 한 위원 =불투명한 증시가 총선후 정부가 추진해야 할 금융권 구조조정, 개혁정책 등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미국 주가폭락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은 어떤 것인가.

<> 손 상무 =모든 정책엔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체 산업을 놓고 볼 때 정책이 벤처기업육성 등에 너무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상황여건에 따라 일정 등을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

<> 김 이사 =총선을 앞뒀기 때문에 구조조정 등 개혁일정이 늦춰진 점이 있다.

증시가 좋지 않다고 내버려둘 수는 없다.

미루다가는 더 늦어질 수 있다.

정부정책이 벤처중심으로 과도하게 치우쳐선 안된다.

벤처산업과 기업의 육성이 가져올 경제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기존 전통 제조업과의 균형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 손 상무 =매출액 증가율이나 미래수익가치만 쳐다볼수는 없다.

증시를 왜곡할 수 있다.

정부 정책입안자나 시장참가들이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을 시점이다.

현재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투자환경이조성돼야 한다.

인터넷산업은 90% 정도가 수익모델이 없다.

반면 인터넷및 벤처기업가나 투자자들 사이엔 막연한 기대감이 너무 크다.

기대감만으로 수익이 나지 않으며 경제가 성장하지는 않는다.

<> 한 위원 =중장기적으로 증시로 자금을 다시 끌어들이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 김 이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투자패턴이 단기투자로 흐르고 있다.

사이버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주식투자가 아니라 주식게임장이 돼버렸다.

사이버매매는 수익등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게 아니다.

장기투자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투자자에게 혜택을 줘야 시장의 질이 높아진다.

세제혜택 등 장기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