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베어링은행 사건"이라 불릴만한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공매도 주식 결제불이행.

국내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 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금융사고다.

공매도의 주체였던 우풍금고를 보자.

자기자본이 1백90억원에 불과한 우풍금고가 성도이엔지 주식을 공매도한 총수량은 34만주였다.

공매도 단가가 4만5천원 안팎이어서 공매도 금액은 1백53억원에 이른다.

신용금고의 주식투자 한도가 자기자본의 20%로 정해져 있어 우풍금고는 38억원밖에 투자할수 없는데도 우풍금고는 한도를 3배나 초과했다.

공매도 사고가 터질 당시 우풍금고의 주식계좌에 남아있는 돈은 2백50억원에 달했다.

결제불이행이 발생했을 당시 우풍금고의 대처도 "무사안일"그 자체였다.

우풍금고는 지난 4일 금융감독원에 유동자금이 충분히 준비돼 있어 문제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지난주 후반 3일동안 2백75억원이나 빠져나가 유동성이 바닥나 버렸다.

급기야 영업정지까지 당하게 됐다.

공매도 창구였던 대우증권도 모럴해저드에 빠져 있다는 비난에서 피하기 어렵다.

대우증권은 사고가 터진 후 "기관의 공매도에 이은 결제불이행 사고는 다른 증권사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수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데만 급급했다.

그러나 대우증권은 진작부터 우풍금고가 "위험천만한 게임"을 하고 있으며 자칫 사고로 이어질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풍금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직 약정만 높이면 된다는 태도로 방조했다.

더군다나 결제불이행 상태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데도 주식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성도이엔지 대주주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물론 사고의 배경에는 그릇된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우풍금고가 주택은행과 똑같은 기관투자가로 대접받고 있으며 공매도가 기관과 개인에게 차별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선의의 관리자로서의 의무만 다했더라도 최악의 사고는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우풍금고의 영업정지는 사고로 인한 손실보다는 예금인출에서 비롯됐다.

사고가 터지면 몇달동안 돈이 묶인다는 점을 고객들도 잘 알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이제는 "봉"이 아니라는 사실도 금융회사 경영자가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되는 대목이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