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선물이라는 것이 있다.

거래소 주식 2백종목으로 구성된 "KOSPI 200"이라는 지수의 향방을 점치는 일종의 내기다.

이 지수가 오르는 쪽으로 걸고 싶으면 선물을 매수하고,반대편이면 매도를 한다.

증거금 3천만원만 있으면 주식으로 환산해 최고 2억까지 베팅이 가능한 6.7배의 신용거래다.

최고로 실어놓으면 시장이 15%만 변해도 두 배가 되든 깡통을 차든 결단이 난다.

우리 정서에 맞는 화끈한 상품인 만큼 지난 4년간의 괄목할 성장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하지만 이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1997년에 1천억원 미만이던 것이 1998년에는 3천억원이나 됐다.

누가 떼돈을 벌었다느니 하는 소리는 쑥 들어간지 오래다.

실제로 소수를 제외한곤 이미 대부분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쉼없이 도전하는 신입생들 덕분에 그 열기는 여전하다.

주가지수선물의 사촌이 주가지수옵션이다.

KOSPI 200의 미래에 대한 또 다른 베팅수단이다.

주택복권이나 자동차보험을 머리속에 두면 이해가 쉽다.

복권 한장 값이나 매월 보험료에 비하면 당첨금 또는 보험금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시사하듯이 옵션도 대단한 도박이다.

지수가 오르는 쪽으로 복권(Call)을 살 수도 있고,내리는 쪽으로 보험(Put)을 살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느 쪽으로든 지수가 많이 움직여주기만 하면 며칠만에 수십배도 번다.

안움직이면 꽝이다.

반대로 내가 콜이나 풋을 팔아도 된다.

지수에 큰 변화만 없으면 짭짤한 공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크게 움직여 버리면 거금을 뱉어내야 한다.

어쨌든 샀다 팔았다 별 재주를 다 부려봤지만 결국은 거의가 쓴맛을 봤다.

꿈꾸던 일확천금을 거머쥔 사람은 몇 안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몰아친 코스닥 열풍 또한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주당 백만원을 장담하며 부모님 여생의 호강을 약속하던 모 투자클럽의 청년 한 사람도 일단은 기가 꺾였다.

3주만에 원금의 60%를 까먹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먹었다가 다행히 클리닉을 찾은 분도 있었다.

등록금을 다 날리고 군대로 내몰려진 대학생 얘기도 들린다.

최근에는 제3시장이란 것도 생겼다.

이름부터 으스스한데 가격제한폭도 없단다.

두 눈에 검은 띠를 두른 채 목검을 들고 일류 검객을 상대하는 것처럼 무섭다.

위험하니까 회사를 잘 알아보고 투자를 하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지난 20~30년간 돈주고 배운게 뭔가.

아는 주식에 더 많이 다친다는 것 아닌가.

맹수에게 물려 화를 당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맹수 조련사다.

호랑이가 잘 길들여졌다고 토끼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한번 맹수는 영원한 맹수다.

날카로운 이빨들은 항상 그 입속에 감춰져 있다.

가장 친하다고 느껴질 때 최고로 몸조심을 해야 한다.

위험이 크면 클수록 누군가는 떼돈을 벌게 돼있고 그런 소문에 안 흔들릴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런 시장들은 판만 깔아놓으면 웬만해선 저절로 돌아가게 돼있다.

1등 복권이 큰 복권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들러리를 서주는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고위험=고수익"이라고?

그게 아니다.

천운을 타고났든지,아니면 위험을 잘 다스릴줄 알든지 하지 않는 한 고위험은 곧 고손실이다.

선물 옵션 코스닥 제3시장...

누가 얼마를 벌었다 해서 함부로 덤벼선 절대 안된다.

많이 벌면 벌수록 더더욱 까다로운 상대다.

쉽게 보는 순간 어김없이 다친다.

< 김지민 한경머니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