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펀드의 파산선언과 소로스펀드의 첨단주식투자 실패로 국제금융시장이 또다시 시끄럽다.

지금까지는 파산과 투자 실패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

물론 타이거펀드와 같은 대형 헤지펀드의 파산은 부담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다.

1998년 9월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할 당시 국제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계경제가 제2의 디플레를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었다.

그런 만큼 타이거펀드의 파산과 소로스펀드의 첨단기술주 투자 실패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에는 LTCM이 파산할 당시에 비해 국제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심각한 신용경색 현상은 나타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동시에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7.3%로 16년만에 높게 나옴에 따라 금리인상폭을 크게 가져 가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 의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LTCM이 파산한 후 FRB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앞으로 타이거펀드의 청산과정에서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엔화가 강세를 띨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금리수준을 놓고 볼 때 엔화 자금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과거 LTCM이 파산된 이후 불과 한 달만에 엔화 가치가 1백47엔에서 1백10엔대로 강세를 보인 바 있다.

물론 타이거펀드의 자산규모나 여타 헤지펀드의 자산부채 상황으로 볼 때 이번에 엔화가 강세를 띤다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그 폭이 훨씬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타이거펀드같은 부실펀드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현재 10~15배에 이를 정도로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최대 투자가능금액)을 높게 가져 가려는 헤지펀드의 행동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