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가 날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상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열기도 뜨겁다.

완제품 업체뿐 아니다.

조립업체와 장비업체의 주가도 함께 치솟고 있다.

비단 우리증시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은 얌전한 편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연초보다 2배나 올랐다.

전세계적인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주가 세계 증시를 휘젓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부터는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다른 테마가 뜸할 때는 더 위력을 발휘한다.

작년 7월에도 그랬고 지난 연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왜 반도체는 세계적 테마를 형성하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줄까.

전문가들의 답은 두가지다.

첫째는 반도체산업의 특성에서 찾는다.

반도체에는 본래 "올림픽 사이클"이라는게 있다.

올림픽이 4년마다 열리는 것처럼 4년을 주기로 활황기와 침체기가 반복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업환경이 바뀐 지금은 꼭 4년 주기가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활황과 침체가 반복되는 사이클은 여전하다.

지난 98년까지는 극도의 침체기였다.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산량을 줄이기로 서약을 했을 정도였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을 막고 공급물량을 함께 줄이자는 것이었다.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유가하락을 막기위해 석유생산량을 감축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침체기에서 벗어나 다시 활황기가 찾아왔다.

거짓말처럼 반도체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얼굴은 다시 펴졌다.

64메가D램 가격이 올라가는 일도 생겼다.

반도체는 강력한 상방경직성 제품이다.

쉽게 말해 가격은 떨어질지언정 오르는 법이 없다.

그러나 작년과 올초에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는 이변이 생겼다.

이 정도면 전례에 없는 활황기가 시작됐다는 시그널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산업에서 활황과 침체가 반복되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한번 공장을 짓는데 수조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공장을 자주 지어야 한다는데 있다.

한번 세운 공장을 마르고 닳도록 쓰는게 아니다.

16메가D램을 만드는 공장이 따로 있고, 64메가D램을 생산하는 공장이 별도로 있다.

생산제품이 바뀔 때마다 수조원씩 돈이 들어간다.

공장을 새로 세우면 단숨에 투자비를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다음번 공장을 지을 돈도 챙겨놔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돈이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공장을 짓는다.

자연 물량이 늘어나고 가격은 하락한다.

그러면 시장은 침체된다.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공장문을 하나씩 닫거나 투자를 줄이면 반도체가 희소성을 얻는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업체들은 다시 돈을 긁어 모은다.

지난 98년 일본의 대부분 반도체회사들이 신규투자규모를 축소했다.

일부 공장은 문을 닫았다.

요즘 반도체의 호경기를 누리는 회사들은 지난 침체기때의 고통을 이겨낸 회사들이다.

활황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신규투자를 개시하고 물량이 증가해 다시 침체기가 찾아온다.

반도체주가 요즘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같은 사이클상 호경기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산업의 큰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쌀"로 불린다.

전자산업은 사실 반도체에서 시작되어서 반도체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는 물론 냉장고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없다.

21세기 산업은 하이테크라는 자양분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하이테크의 에너지는 바로 반도체에서 분출된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반도체 사이클이 곧 무너질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반도체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한국업체가 강한 D램분야의 환경은 급변중이다.

그동안 D램의 최대 수요처는 PC였다.

PC가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새로운 등급의 PC가 나올때마다, 윈도 등 컴퓨터환경이 개선될 때마다 D램수요는 급증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혀 다른 수요처가 태동하고 있다.

디지털TV다.

곧 보편화될 디지털TV는 PC 이상의 수요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반도체산업은 앞으로 불황기가 없다는 뜻인가.

물론 아니다.

만일 세계 경제가 크게 침체된다면 반도체 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조원의 돈을 들여 공장을 지어 놓고 돈을 못번다면 견뎌낼 장사는 없다.

또 최근 반도체회사들의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신규진출한 대만업체들이 공격적이다.

이 경우 공급물량의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이클상 침체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부분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들은 오는 2002년까지는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몇가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호경기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반도체 관련주의 주가는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강세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