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회가 지난 15일 예비심사 청구기업을 무더기로 탈락시킴에 따라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인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졌던 예비심사가 등록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열린 회의에서 무더기 탈락사태가 벌어진데는 물론 시기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4월부터는 등록 6개월전에는 최대주주 지분변동이 제한되고 벤처캐피털이 출자한 뒤 1년이 지나야 벤처기업으로 인정된다.

기업들이 진입요건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코스닥에 진출하려 서두르다 보니 여러가지 미숙한 점이 드러나 탈락이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더기 탈락의 근본적인 배경은 코스닥시장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옥석가르기에서 비롯됐다.

"앞으로도 심사를 계속 까다롭게 진행하겠다(정의동 코스닥위원장)"는 방침이다.

따라서 지난 15일의 심사 기준은 앞으로도 계속 적용될 전망이다.

코스닥 등록을 준비중인 업체라면 이번 기각사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스닥등록 추진 업체라는 매력에 끌려 주식을 사들인다면 해당업체에 기각사유는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 미숙한 회계처리 =증권업협회는 기각 사유중 가장 빈도가 높은 항목이라고 말했다.

배경은 새로 개정된 기업회계기준.

올해부터 이연법인세를 반드시 계상하게 돼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한 업체들이 많았다.

이연법인세가 계상되지 않았으니 확정된 재무제표가 신뢰성을 가질리 없다.

협회 관계자는 "이연법인세를 계상하지 않고 지난해 재무제표를 확정했다면 회계법인을 바꿔 재심사를 거쳐 한정의견을 받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불투명한 사업성 =심사가 보류된 옥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옥션은 인터넷 경매업계의 선두주자로 인지도 1위 업체.

그러나 관련산업의 사업성은 물론 경매테크닉 등 옥션의 기술력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게 코스닥위원회의 판단이다.

따라서 제출자료만으로는 등록 여부를 결론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코스닥위원회는 옥션의 최고경영자를 출석시켜 기술력 사업성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뒤 등록예비심사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영업 실적이 적자라고 해서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성이 검증된 업종이면서 사업계획 등에 비춰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 허술한 관리구조 =코스닥등록 기업으로서의 자질을 못갖췄다면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이번에 탈락한 업체중에는 회계나 공시조직의 부실이 이유였던 곳이 2개나 됐다.

증협은 3번만에 예비심사를 통과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한 점이 감안됐다고 말했다.

분기.반기별 사업보고서 제출과 수시공시 등의 의무조항을 감안하면 관리조직 인프라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직이나 적정 인력규모는 심사청구 업체의 성격이나 업종을 감안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 경영전횡 가능성 =과거 증자때나 전환사채 발행때 불공정 사례가 있었다면 기각사유가 된다.

대주주인 최고경영자와 회사 사이에 자금거래가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런 기업들이라면 보완장치를 마련한 뒤 등록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증협은 경영자의 도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주주 1인이 의사결정을 전횡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