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오르면서 코스닥시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증권거래소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해외증시와 반도체가격 등 대외변수가 크게 호전된데다 이달들어 거시경제
여건도 나아질 것이란 "장밋빛 희망"이 부풀고 있다.

대세 상승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가폭등은 반도체 가격상승이 가져다 준 "조그마한 선물"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외국인 매수세는 지수영향력이 큰 일부 종목에 집중됐을 뿐이므로 일반인을
중심으로 한 개별종목장세로 되돌아갈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 증권거래소 시장에 햇볕 드나 =3월들어 첫 장인 2일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900선까지 돌파하는 위력을 보였다.

시장에선 "과열상태인 코스닥 시장은 주춤해지고 거래소 시장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에 뒤지는 설움을 겪었던 증권거래소 시장이 이제야
우량주들의 시장인 "형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증권전문가들은 특히 이날 거래소 시장의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 수준에
거의 육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이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은 거래소 시장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
이다.

거래소 시장 상장 종목들은 코스닥시장에 밀려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상태
로까지 떨어져 있는 만큼 매수세만 붙어 준다면 상승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때 10,000선을 밑돌았던 미국의 다우지수가 반도체관련주 중심으로 반등한
점도 거래소 시장엔 원군이다.

코스닥이 나스닥 시장의 영향을 받듯 거래소는 뉴욕시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2월중 무역수지가 흑자를 나타내 거시경제지표 지표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히 완화된 모습이다.

<> 종합주가지수 얼마나 더 오를까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잘 하면 950선까지 넘볼 수 있다(동부증권 김도현 선임연구원)는 낙관론
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거래소 시장부 관계자는 "외국인매수세가 거래소 시장의 분위기를 크게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닥시장도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새로운 매수세가 이를 소화했다"며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동반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했다.

종합주가지수가 본격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900선 이상에 포진한 두꺼운
매물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날 주가폭등은 한때 800선까지 위협당했던 종합주가지수가 반도체
가격상승에 따라 반등한 것에 불과하다(대우증권 이항녕 투자정보부장)는
얘기도 있다.

이 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여전히 계속될 것"
이라며 "수급측면에서 바이코리아 펀드의 만기일이 다가오는 등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주가지수는 잘해야 920선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외국인과 기관동향을 주시해야 =이날 주가가 폭등함에 따라 종합주가지수
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을 확고히 한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외국인은 이미 1,2월 두달에 걸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많이 사들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대형우량주를 얼마나 더 사들일 것인지에 주목
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가 겹칠 경우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관중 투신사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동향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최명수 기자 m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