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증권시장에서는 "잔치 한마당"이 펼쳐졌다.

주요국가들의 증시가 한결같이 활황을 보였다.

상승폭도 예년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었다.

종목별로는 인터넷 정보통신 업종 등에 속한 첨단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미국의 나스닥과 같은 제2시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거래소시장을
압도하는 각광을 받았다.

통신인프라가 정비된 나라에서는 사이버증권투자가 새로운 투자패턴으로
정착됐다.

전세계적으로 시중유동자금이 증시주변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시아권에서도 그동안 기반이 취약했던 뮤추얼펀드가 큰 인기를 누렸다.

올해 엄청난 활황세를 구가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모았던 시장은 단연 미국
나스닥이었다.

지난해말 2,192.69포인트였던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장중 기준으로는 최근 4,000포인트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나스닥은 세계적으로 거센 회오리를 일으킨 첨단주 돌풍의 진원지였다.

거래소시장의 움직임을 대표하는 다우존스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24.99%, 18.58%씩 올랐다.

미국 증시는 일년내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위협과 힘겨루기
를 벌였다.

FRB는 실제로 인플레 우려를 조기 차단하기 위한 3차례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미 증시는 그 충격을 소화하고 오름세를 이어 왔다.

지역별로 볼 때는 아시아 증시가 단연 압권이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을 채 벗어던지지 못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각국의
경기가 완전히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에따라 아시아 증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가파르게 올랐다.

항셍지수(홍콩) 가권지수(대만) ST지수(싱가포르) 자카르타종합지수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각국(한국 제외)의 주요 지수는 최고 76%까지
상승했다.

올들어 경기가 바닥권을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증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매수 확대에 힘입어 닛케이지수나 TOPIX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전통적으로 은행금리 수준의 상승률에 머물렀던 유럽국가들의 증시도
올해는 힘찬 오름세를 나타냈다.

독일의 닥스지수와 프랑스의 CAC40 지수는 각각 37%, 48%가 뛰었다.

각광을 받은 종목 측면에서는 올해 "전통"이 사정없이 허물어졌다.

첨단주가 아니고는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야후나 NTT도코모 등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업체가 미국 일본 증시에서
싯가총액 상위를 점령했다.

첨단주란 레테르가 붙으면 신규상장(IPO)과 더불어 주가가 치솟았다.

때문에 졸지에 거금을 한 손에 거머쥔 신흥갑부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인터넷주도라는 시류를 타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지수상승의 뒷길
에서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주가 차별화도 올해 주요국 증시의 공통된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과열조짐이 보이는 종목들이 있었지만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 이른바 "굴뚝주식"과 "첨단주식"은 주가방향이 엇갈렸다.

미국 증시에서 소형주들의 지수인 "라셀 2000" 지수는 한햇동안 불과 10%를
조금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편 올해는 사이버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이버증권사도 호객에 성공했다.

사이버거래를 이용한 "데이트레이더"(초단타투자자)들의 맹활약은 올해
세계증시에서 눈에 두드러지는 현상의 하나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크게 늘었다.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간접금융에 의존해 왔던 그동안의 자금조달 패턴이
증자나 채권발행 등 직접금융 쪽으로 바뀐 것이다.

또 증시활황은 "주주 중시경영" 추세를 몰고오기도 했다.

주주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는 경영이라야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자금조달도
쉬워진다는 가르침을 준 한해였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