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평소 "시장원리"를 강조한다.

시장원칙에 거스르는 일은 해서도, 하지도 않겠다는게 이 위원장의 의지로
비쳐진다.

비록 금감위가 내놓는 대책이 "시장정서"와는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지만
어쨌든 이 위원장의 표면적 무게중심은 시장에 있어 보인다.

이같은 생각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투신사 구조조정이나 싯가평가 등 현안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말을 빼놓치 않았다.

평소 개별 기업을 지목하거나 주가 등에 대해 직접적 발언을 회피하던
것과는 달리 특정기업과 주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잇따른 시장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돼 이를 억제
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탓이긴 하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적중했는지 6일 주가는 큰 폭으로 뛰어 올랐다.

"주가에 영향을 줄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이 위원장의 소신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그렇지만 이 위원장의 "시장안정"발언은 시장참가자들에게 상당한 위안이
된것은 분명하다.

금융시장에 대한 이 위원장의 발언을 정리한다.

<> 금융시장및 채권안정기금 =장기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는 등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주가도 조만간 정상궤도를 찾아갈 것이다.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근거없는 설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해 지난
5일 현대그룹 주가가 대부분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문제가 새로 불거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

보광이나 한진그룹에서 보듯이 정부는 개별 기업에 관한 조치를 예고없이
실행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금리하락은 채권안정기금에 의해 조성된 일시적 현상
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채권안정기금은 과거 증안기금과는 다르다.

연금시장의 미발달로 취약한 채권유통시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본다.

<> 투신사 구조조정 =정부의 안정대책에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없어 실망이라는 여론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다.

투신사는 은행과 다르다.

투신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구조
조정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부실금융기관을 가려낸뒤 퇴출시키는 방식은 맞지 않다.

투신사에 대한 급격한 정리방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남투신의 경우처럼 시장실패로 부득이 문을 닫는 경우가 오지 않는 이상
정부가 나서서 부실 투신사의 문을 닫거나 정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장실패한 투신사가 나올 경우 정부가 간여할 방침을
의미하는 걸로 해석됨)

특히 대우문제가 처리되기전에 투신사에 손을 댈수는 없다.

<> 대우채권 처리 =대우중공업 등 7개사는 이달중, (주)대우 대우자동차는
다음달초 워크아웃방향이 확정된다.

이렇게되면 투신시장 일각에 끼어 있는 먹구름도 제거될 것이다.

워크아웃엔 부채탕감 등이 포함된다.

그렇게되면 금융기관의 손실액이 확정된다.

내년 7월 이전에라도 대우채권에 대한 정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워크아웃이 확정된 기업은 차환발행 형식으로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게 된다.

이 채권에 대해선 은행이 지급보증할 필요가 없다.

산업은행 등이 대주주가 되는 만큼 우량채권으로 탈바꿈하는 것 아닌가.

<> 싯가평가 =당초 예정대로 내년 7월이후 싯가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
수익증권의 수익률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이 불안해 온게 사실
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펀드에 대해선 싯가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싯가평가로 인한 급격한 충격을 방지한 만큼 투자자들도 안심할 것이다.

대우채권 이외의 불량채권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으나 투신사들이 차츰
정리하고 있어 큰 문제는 안될 것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발언내용 ]

<> 금리 :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통해 한자릿수 유지
<> 채권시장 안정기금 : 채권 유통시장 활성화위해 탄력 운용
<> 투신사 구조조정 : 퇴출방식 구조조정 지양, 시장안정 꾀하면서 정상화
유도
<> 정크본드 펀드 : 비과세혜택 부여 등으로 활성화
<> 싯가평가 : 시장안정위해 기존펀드에 적용유보
<> 펀드광고 : 보험상품까지 광고 엄격규제
<> 대우채 정산 : 워크아웃 확정되면 조기정산 가능
<> 현대그룹 주가조작 : 새로 문제될게 없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