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거래소의 전산시스템 장애로 주식시장이 1시간50분이나 늦게
개장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개장 지연사태는 지난해 4월말 전장이 30분 늦춰졌던 때 이후 두번째다.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움추러든 국내외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며 싯가총액기준으로 세계 10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대외신인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황 =전산장애로 오전9시에 개장되는 전장이 10시50분에야 열렸으며
최종마감시간은 오후 3시에서 4시20분으로 늦춰졌다.

선물.옵션시장 최종마감시간도 오후 3시15분에서 4시35분으로 지연됐다.

시간외매매도 취소됐다.

증권거래소 전산사고는 지난 96년 전산장애발생시 대체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신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다섯번째다.

<>원인 =호가분류를 받아 매매체결을 시켜주는 증권거래소 주문집계시스템에
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을 관리하는 증권전산측은 "특정종목의 거래주문이
폭주할 때 집계처리가 지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날 증시마감후
데이터베이스 구조변경작업을 실시했다"며 "이 작업후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증권전산의 김문수 상무는 "오전 8시15분께 동시호가로 들어온 일부 종목의
주문집계가 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견돼 전시스템이 가동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송명훈 홍보담당이사는 "하드웨어상으로는 대체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나 이번의 경우엔 소프트웨어상의 장애로 보여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시장반응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매매거래중단조치가 내려진 종목이
버젓이 거래되거나 주문폭주로 매매거래가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점과
이번 개장지연사태를 싸잡아 거래소의 신인도가 의심스럽다고 힐난했다.

외국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마당에 기반
시설의 문제점이 자주 노출되는데 대해 외국투자자들이 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일반투자자는 "Y2k(컴퓨터 2000년 인식)문제가 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터여서 거래소의 잦은 전산장애가 자칫 더 큰 사고를 부르지 않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책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증권거래소와 증권전산의 자체
원인규명 결과를 보고 조만간 실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위적인 과실이 드러나면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반면 불가항력적인 원인일 경우 강력한 개선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