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가지수선물시장은 현물주가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
다.

미래의 주가를 사고 파는 선물이 현물 주식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적도 있었다.

투기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선물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
돼 버렸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선물시장은 현물주식시장을 능가하는 외형성장을 일궈내는 등 위험
회피(헤지)라는 본래기능을 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올해 선물시장의 특징은 <>거래량 급증 <>개인투자 비중 확대 <>기관의
대규모 프로그램매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물시장 =지난 96년 5월 국내 증시에 처음 도입된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올해 하루 평균거래량인 6만4백2계약은 주가지수 선물시장이 개설된 지난
96년에 비해 16배, 지난해에 비해서도 5배나 늘어났다.

또 거래대금도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을 밑돌았으나 올해 들어서
는 주식 거래대금의 평균 2.24배를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세로 올들어 8월말까지의 누적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주가지수
선물인 KOSPI200은 일본의 닛케이225, 홍콩 항셍 등을 제치고 미국의 S&P500
지수에 이어 세계 2위에 랭크됐다.

이런 성장세의 밑거름은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개인들은 지난 96년도엔 선물시장에서 투자비중이 12%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50.9%로 늘어났다.

그러나 개인들의 높은 선물시장참여와 투기거래는 헤지(위험회피)라는 본래
목적을 벗어남으로써 큰 돈을 버는 사람 못지 않게 큰돈을 잃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선물시장의 팽창은 곧바로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선물과 현물간의 가격차를 이용해 "무위험수익"을 노리는 기관의 프로
그램매매는 현물주가의 최대변수로 작용했다.

이에따라 선물과 옵션의 만기일이 겹쳐 "더블위칭데이(double witching
day)"로 불리는 3,6,9,12월 두번째 목요일을 앞두고 현물주가가 출렁거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선물시장 역시 현물시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했다"란 소문이 퍼지면 선물은 물론 현물주가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실제로 지난 11월중순께 미국계 골드만삭스증권이 선물 12월물을 대량 매수
했다는 소식에 선물값이 급등, 저평가상태에서 고평가로 돌변했다.

그 결과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매수가 일어
나 현물주가까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선물 12월물 만기때까지 지속돼 외국인들은 선물투자에서
한달여만에 1천2백억원의 떼돈을 벌었다.

선물매도포지션을 취했던 개인과 기관은 반대로 1천2백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서정 서울증권 선물옵션팀차장은 "앞으로 국내기관들도 하루빨리 정교한
기법을 도입하고 자금력을 갖춰 선물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가지수 옵션시장 =주가지수옵션은 미래 일정한 시점에 주가지수를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파생상품이다.

옵션은 선물과 달리 가격제한폭이 없어 투기적 성향이 선물보다 강하다.

따라서 1계약에 1만원하던 것이 하루만에 2만원이 되기도 한다.

선물보다 1년정도 늦은 지난해 7월부터 국내증시에 등장한 옵션시장도 올해
양적성장을 이뤘다.

특히 4.4분기 들어 전분기에 비해 거래량은 2배로, 거래대금은 4배로 각각
증가하는 등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에따라 국내 옵션시장의 거래량은 지난 8월 기준으로 미국의 S&P100,
독일 DAX, S&P500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국내 옵션시장 역시 선물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투자비중이 높다.

이는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적은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복권"과 같은 특성으로 인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투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3.4분기에는 전체 거래 가운데 개인비중이 79.5%로 거의 8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졌다.

김기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위험회피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옵션시장이
개인들의 투기장화되고 있다"면서 "국내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8일 옵션 10월물 만기일에는 국내 한 증권사의 선물.옵션 합성
차익거래 청산으로 장마감시간에 종합주가지수가 10.81포인트나 폭락한 사건
이 발생, 옵션이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